인천지법 전경.

실수로 걸려온 지인의 전화에서 성관계 소리가 들리자 이를 녹음하고 10억원을 요구한 50대 여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 6단독 남승민 판사는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A(여·52)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9일 지인인 남성 B씨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에서 들려온 건 다름 아닌 성관계 소리. A씨는 성관계 소리가 들리자 이를 녹음했다.

당시 B씨는 실수로 휴대전화 버튼을 눌러 A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중순 인천시 연수구 한 커피숍에서 B씨를 만났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열흘 안에 10억원을 달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가족과 사위 등에게 음성 파일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A씨의 요구를 들은 B씨는 10여일이 지나 1000만원이 든 봉투를 A씨에게 건네면서 녹음파일 삭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10억원 이라고 얘기했다”면서 “일주일 안에 10억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내 방식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 9월3일 B씨에게 “이달 10일까지 1억원을 송금하고 음란 파일 가지고 가시길. 만약 어길 시 회사로 찾아가 사위와 협의하는 게 빠를 듯 판단됩니다. 그때는 엄청난 화가 미칠 거라는 걸 잊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남 판사는 “A씨가 피해자를 협박한 내용과 그 경위가 불량하다”면서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