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 마을이 통째로 격리되는 진통을 겪었다. 지난달 6일 정우면 양지마을에서 확진자 12명이 발생하면서 생긴 일이다. 주민들의 고통이 예상됐지만 유진섭(54) 정읍시장은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다. 주민 대다수가 고령자여서 자칫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19일 집단 격리가 해제됐다. 유 시장은 지난 2일 본지 인터뷰에서 “정읍 시민들이 양지마을 이동 제한 조치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줬다”며 “수많은 온정의 손길을 보내줬고, 지역 경제가 얼어붙었지만 다수의 소상공인이 손해를 감수하며 어려운 시기를 같이 이겨냈다”고 말했다.

/정읍시

―마을 전체가 격리된 위기를 어떻게 넘겼나.

“정읍시는 대응 매뉴얼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력해 엄정하게 대처했다. 주민들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마스크, 소독제를 비롯해 김, 장조림 등 반찬류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현장 원스톱 민원실을 운영했고, 긴급 상황에 대비해 공중보건의와 응급 차량도 배치했다. 이동 제한 기간 내내 도시락 봉사도 이어졌다.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 주민들 모두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코로나 사태로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해결 방법은 있는가.

“그나마 정읍은 기업의 투자가 이어져 다른 곳보다 나은 편이다. ㈜SK넥실리스가 공장 건설에 2400억원을 투자했다. 지하철 등 전동 차량을 만드는 ㈜다원시스는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했다. 올해 기업 32곳에서 투자 유치 약속을 받았다. 투자금이 5400억원에 달하고, 고용 인원은 750명이다. 전북 연구개발특구에 있는 정읍 첨단과학 산업단지 분양률도 94.8%(MOU 포함)다. 이 기업이 모두 들어오면 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성장 동력으로 ‘향기 경제’를 내세웠는데.

“정읍시는 전국 어느 지자체보다 라벤더, 구절초, 지황 등 향기 자원이 풍부하다. 국내 최대 라벤더 단지(10만㎡)도 있다. 향기를 활용한 치유센터를 운영하고, 힐링 용품도 만들어 부가가치가 높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 축산업이 발전해 악취 민원이 많은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동학농민운동 참여자 유족에게 월 10만원씩 수당을 주고 있다. 비판 여론도 있는데.

“정읍이 동학농민혁명 중심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 동학으로 얻은 유·무형의 이득을 유족과 함께 나누고 보답하는 차원에서 수당 지급을 결정했다. 올해 유족 100명분 예산 1억2000만원을 확보했다. 이 중 현재까지 유족으로 등록된 61명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무성서원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활용 방안은.

“무성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속에서 살아남은 전북 유일의 서원이다. 선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태산 선비원’을 칠보면 무성리(4만2492㎡)에 조성한다. 선비 체험관과 한옥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이후에도 다각적인 관리와 활용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