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광주광역시 군공항 이전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추진 9년 만에 예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전남 함평에서 군공항 이전에 관한 첫 주민 설명회가 열리는 등 이전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15일 광주시와 전남도, 함평군 등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 이전 함평군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이달 안에 국방부와 광주시 군공항 이전 담당자를 불러 군공항 이전 주민 설명회를 열겠다는 뜻을 최근 함평군에 밝혔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두 번째 설명회를 사회 단체가 열기로 한 것이다. 대책위는 “첫 설명회 때는 군공항 이전 장소와 지원 대책 등의 핵심 설명이 빠졌다”며 “이번에는 보상 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따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예비 이전 후보지를 발표하지 않는 가운데, 현재 군공항 예비 이전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은 함평군을 비롯해 전남 고흥·해남·신안·무안·영광군이다. 국제공항이 들어선 무안은 소음 피해 등을 우려해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다. 해남과 신안, 고흥 등은 논의가 잠잠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함평에서 첫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지금까지 전남 시·군에서 단 한 번도 설명회를 갖지 못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첫 설명회는 한국해양환경보호중앙회 함평군지부가 주최했다. 당시 국방부와 광주시에서 군공항 이전 담당자 4명이 참석, 주민 250여 명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지원 사업비 4508억원을 함평군 발전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등의 지원책이 제시됐다. 이후 함평군에 등재된 사회 단체 31개 중 28개가 참여해 대책위가 지난 1일 발족했다. 이 대책위가 두 번째 설명회를 열기로 하면서 유치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함평군 관계자는 “군이 공식적으로 군공항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역에선 함평군이 첫 번째 주민 설명회 개최를 후원하는 등 사실상 군공항 유치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소음 피해가 덜한 함평의 산악 지역이 군공항 이전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함평은 인구 3만명대가 붕괴 되기 직전인 데다, 이렇다 할 산업 동력이 없어 지역이 침체에 빠졌다. 이 때문에 군공항 유치를 지역 발전의 호기로 삼자는 의견이 나온다. 오민수(57) 대책위원장은 “우리 군보다 군세가 미약했던 무안과 영광 등은 날로 발전하지만 산업 기반이 부실한 함평은 계속 뒤처져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 의식이 생겼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서 신중하게 유치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찬반 결과는 여러 차례 주민 설명회를 열어 이해 득실을 따진 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중반에 들어선 광주 군공항은 2013년 ‘군공항 이전·지원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이전 논의가 본격화했다. 특별법에는 국내 군공항 이전에 대한 법률적 토대와 함께, 주민 지원 사업과 이전 절차 등 내용이 담겼다. 이전 사업 주체는 지자체로 못 박았다. 지자체가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지자체는 국방부로부터 받은 기존 땅을 개발한 수익으로 주민 지원 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의 주민 지원 사업비 규모는 4508억원이다. 군공항 이전 사업비는 약 5조7480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신기지(15.3㎢·463만평) 건설 비용, 부지 매입비, 주민 지원 사업비(4508억원), 종전 부지(8.2㎢·248만평) 개발 공사비, 금융 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주민 지원 사업비 4508억원은 도로 하나 뚫는 비용보다도 적어 주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파격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주민들이 유치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에는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도 국회에 발의됐다. 국가 주도로 국비를 확대 투입해 군공항을 건설하고, 산업단지 조성과 도로망 구축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도 국비를 투자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주민 지원 사업비 규모는 크게 늘어, 이전지 결정의 동력과 지역 개발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와 마찬가지로 군공항 이전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대구시와 함께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