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어두 컴컴한 새벽 2시. 행인이 없는 제주 시내 골목길에 복면을 뒤집어쓴 남성이 나타났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핀 이 남성은 주차된 차량에 무언가를 바르기 시작했다. 차량 전면부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랐다.
복면 남성은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운전석 옆 유리, 보닛 등 사정없이 덕지덕지 발랐다. 이 남성이 차량에 바른 것은 다름 아닌 인분이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주차 시비 문제로 앙심을 품고 이웃 주민의 차량 유리에 인분을 수차례 바른 60대 남성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붙잡아 입건했다.
A씨는 지난달 17일부터 19일 사이 제주시 노형동 한 공동주택 앞에 세워진 B(20대)씨의 차량 전면 유리에 3차례에 걸쳐 인분을 바르는 등 ‘인분 테러’를 한 혐의다.
피해자와 같은 주택에 사는 A씨는 주차 시비 문제로 잦은 다툼이 생기자 앙심을 품고 이같이 범행했다. 공동주택에 마련된 주차 공간은 차량 1대인데, 이를 두고 갈등이 빚어졌다.
A씨는 범행을 위해 플라스틱 통에 수일간 대변을 보며 인분을 모았다. 또 들키지 않기 위해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복면을 쓰고 범행했다.
A씨의 주도면밀한 범행으로 사건은 오리무중이었다. 피해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만, 날이 어두울 때 범행이 이뤄져 무용지물이었다. 당시 불볕더위로 심한 악취가 나 주민들도 피해를 호소하던 상황이었다.
결국 인분 테러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 직원들이 주택 인근에서 잠복해 있다가 그 전 이틀에 이어 지난달 19일 새벽 5시쯤 해당 차량에 세번째로 개·고양이 분뇨를 바르는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복면 남성을 붙잡은 경찰은 “보통 주차 시비가 붙으면 몸싸움을 하든가 남몰래 바퀴에 구멍을 내든가 하는데, 인분을 칠한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