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에서 맨손으로 해산물을 잡는 ‘해루질’을 놓고 해녀와 동호회원들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18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는 제주지역 온라인 해루질 동호회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제주도의 야간 맨손잡이 금지에 반발했다.
이들은 “제주도가 어촌계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제주도민·관광객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해루질 인구가 1000명이면 낚시 인구는 10만명이나 되지만, 야간 낚시는 허용하고 해루질만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해루질은 물 빠진 해안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로, 주로 밤에 횃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로방식이다. 야간 맨손어업이라고도 한다.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는 제주도가 해루질을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9일 야간 마을어장에서 수산동식물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비어업인의 포획·채취 제한 및 조건’을 고시했다. 이처럼 야간 해루질을 금지한 고시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해당 고시는 수산자원관리법에 근거한 것으로 해가 진 후인 ‘일몰 후 30분 후부터 일출 전 30분 전까지’ 낚시 행위를 제외한 고둥, 문어, 미역 등 일체의 수산자원 포획과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고시는 해녀를 중심으로 한 제주지역 어촌계의 의견이 반영됐다. 제주시 한림읍 한수어촌계 소속 해녀와 어업인들은 “마을어장이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걸 알아달라”며 “해루질하는 사람들과 분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루질 동호회원들이 마을어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제주도에 요구했다.
이같은 해루질 동호인들의 반발에 부태형 제주도 어촌계장연합회장은 “현행 고시는 그대로 유지하되, 낮에 전체 마을어장의 일부 구간을 개방해 맨손잡이를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루질 금지 이후 어촌계와 동호인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해루질 동호회원들은 “야간 해루질 금지는 아무런 근거도 조사도 없는 제주 특유의 ‘괸당(혈족·친족) 정치’의 표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또 “일부 어촌계는 낮에도 바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바다는 공공재이고, 제주도 바다의 99%가 마을어장”라며 “어촌계에서 종패를 뿌려 양식을 하는 소라·전복·해삼 등 종패류를 제외하고, 자연산인 물고기와 게류·오징어·문어만 잡는 것은 위법이 아니며, 어촌계가 바다의 모든 수산물을 독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는 연일 논란이 이어지는 마을어장 내 해루질과 관련해 사전 예약자에게만 해루질을 허용하는 ‘사전예약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