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한 배달 기사가 번개탄 가스에 중독된 남성의 생명을 구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15일 제주소방서 등에 따르면, 제주 노형동 일대에서 퀵 배달을 하는 강순호(35)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10시30분쯤 한 건의 주문을 받았다. 소주와 삼겹살 200g, 번개탄, 종이컵 등을 배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강씨는 이날 배달을 요청한 A씨(40대·남)의 거주지 앞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건넸다. 배달은 무사히 마쳤지만 강씨는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배달 당시 A씨의 안색이 좋지 않았고, 그가 주문한 물건들 가운데 번개탄이 있었다는 점도 자꾸 떠올랐다. 결국 강씨는 오후 1시 40분쯤 “번개탄을 배달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노형119센터 구조대에 공동대응을 요청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자 강제로 집 안으로 진입했다. 그 안에서 A씨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구조대는 A씨를 응급 처치한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 현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전해진다.
양인석 제주소방서장은 “타인을 위한 신고가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며 “화재나 구급 상황 등 사고가 의심되는 경우 주저 말고 119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