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예래동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부지에는 단지 내부를 관통하는 4차선 도로, 생태공원, 수생 저류지, 논짓물 수변공원, 주차장 등이 건설됐다. 하지만 사업계획이 무효화되면서 고급 빌라용으로 짓다 만 건물 147개 동이 8년 넘게 흉물처럼 남아 있다. /오재용 기자

8년 동안 멈춰 섰던 제주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이 토지 보상을 시작으로 사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30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서귀포시 예래동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 부지 내 옛 현장사무실을 토지보상사무실로 바꾸고, 토지 추가 보상 협의에 나섰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의 ‘사업 무효’ 판결로 사업이 중단된 지 8년 만에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토지 추가 보상은 법원의 조정에 의해 감정인이 산정한 평가액에 따라 이뤄진다. 10여 년 전 토지 수용 당시 지급한 토지 보상금과 현재 감정평가액의 차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감정평가 면적은 65만6000㎡로, 추가 보상 액수는 700억원 규모다. 추가 보상 대상 토지주는 393명으로 이 가운데 145명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조정 위임장을 제출한 상태다. JDC 관계자는 “조정이나 합의에 의한 보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이 사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 6대 선도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01년 ‘제1호 국제자유도시 개발 사업’으로 추진됐다. JDC는 2005년 11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을 인가받았다. 이어 2007년 10월부터 토지를 강제 수용하고 도로와 상하수도, 전기 공사 등 기반시설 공사를 시작했다. 사업비 2조5000억원을 투입, 예래동 일대 74만1192㎡ 부지에 2017년까지 휴양 콘도(1531실 규모)와 호텔(935실 규모), 쇼핑센터, 메디컬센터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JDC는 그다음 해인 2008년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합작 법인 버자야제주리조트를 설립했다. 버자야제주리조트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곶자왈 빌리지 주거단지 공사를 시작했고, 숙박용 분양형 건축물을 지었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 171명이 토지 강제 수용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JDC와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15년 대법원은 ‘사업 인가 처분 하자가 명백하다’며 ‘예래단지의 유원지 사업 인가 처분 무효’와 함께 ‘토지 강제 수용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토지 소유주의 손을 들어줬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상 유원지로 지정된 용지에 분양형 숙박 시설을 짓도록 허가한 게 화근이었다. 유원지는 스포츠 시설, 오락 시설 등을 짓고 일반인에게 자유롭게 개방하게 된 곳이지만, 대법원은 유원지 부지에 폐쇄적이고 분양 등을 통한 영리 추구가 주요 목적인 숙박 시설을 허가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단계 공정률 65%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단지 내부를 관통하는 2.4㎞가량의 4차선 도로, 생태공원, 수생 저류지, 논짓물수변공원, 주차장 등 인프라 구축에 순수 공사비로만 340억원가량이 투입됐다. 시설을 완공하고도 준공을 못 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에 투자했던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은 323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뒤, 1250억원의 배상금을 받기로 JDC와 합의하고 철수했다. 현재 사업 부지에는 고급 빌라용으로 짓다 만 건물 147개 동이 흉물처럼 남아있다. 대법원 판단 이후에는 또 다른 토지주들의 무더기 토지 반환 소송이 이어졌다.

JDC는 사업 부지 내 도로·교량·공원 등이 완공돼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사용하는 상황에서, 이를 전부 뜯어내고 당초 사업 이전의 상태로 토지를 반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JDC는 법원의 중재로 토지주 등과 조정합의를 진행하고, 새로운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착수했다.

새로운 사업 계획은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사업 중심으로 글로벌 워케이션(휴가지 원격 근무), 휴양·문화·예술,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시설 등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8년간 중단됐던 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을 재추진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이 지역을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