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에게 담배를 사 오라고 강요하며 꽃으로 폭행을 가한 10대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절망감’과 ‘허탈감’을 느낀다는 어른들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여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60대 여성에게 담배 대리 구매를 요구하며 머리를 때리는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방송인 허지웅은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60대 폭행 사건을 언급한 뒤 “저는 절망했다. 국화꽃과 비아냥 때문이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할머니의 체념 때문이다. 이런 세상을 상상해본 적도, 예측해본 일도 없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영문도 모르겠고 해법도 모르겠다. 할머니는 학생들이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인내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렇게 감싸 안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내가 참 싫은 그런 아침이다”라고 했다.

허지웅 글에 네티즌들은 “더 큰 화를 면하기 위해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할머니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처벌보다는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깨닫게 도와주는 시스템이 작동되면 좋겠다”, “사회의 방관을 처절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할머니는 이 일 전에도 얼마나 많이 체념하고 살아오셨을까”, “어른이 삐뚤어지고 악한 거 보다 자라나는 세대가 그런 모습일 때 욕도 못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허지웅 인스타그램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번 사건에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어른을 공경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이 부족했다”며 원인과 과정을 철저히 살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의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이어 “가슴이 아프다”며 “사실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사회에서 배운다. 요즘은 학교도 책임질 수 없는 수많은 유튜브나 온라인을 통해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문화를 배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참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뉴시스

지난 25일 오후 11시 30분쯤 여주시 홍문동 한 길가에서 10대 학생 4명이 60대 여성 A씨에게 담배를 사오라고 강요하며 소녀상 추모꽃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공분을 샀다.

영상을 보면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은 노란색 우비를 입은 채 쪼그려 앉아 있는 60대 여성 A씨에게 담배를 대신 사다 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거부하자 남학생은 꽃으로 A씨의 머리를 때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다른 학생들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웃었다.

여주경찰서는 현장에 있었던 학생 4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60대 여성은 가해 학생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4명 중 1명이 재학 중인 경기관광고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매우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안이 발생한 점에 대해 피해자분께 가해 학생을 대신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