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에서 10대 청소년들이 60대 여성 A씨에게 담배를 사 오라고 협박하고 폭행한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A의 지인이 “담배 심부름 한두 번 아니다”라며 분노했다.

경기 여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60대 여성에게 담배 대리 구매를 요구하며 머리를 때리는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60대 여성의 측근이라는 이모씨는 30일 여주 지역 커뮤니티에 “제가 돌보던 이모다. 그분 노숙자 아니고 집 있다. 주변 도움으로 방 얻어 생활하시고 그 이후에 스스로 월세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매일 나물 캐 하루 식비 정도 벌어서 생활하신다”고 했다.

이어 “영상을 보고 너무 화가 치밀어 오르고 눈물도 난다. 담배 심부름 한두번 아니다. 그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같은 애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우연히 그 모습을 보고 제가 이모(A씨)에게 담배 심부름하지 말라고 한 적 있다. 그 이후로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사건까지 일어날 줄 몰랐다”고 했다.

이씨는 A씨 외에 피해자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다른 할머니도 근처에서 노점을 하셨는데 일 끝나고 밤 늦게 (소녀상이 있는) 뒷골목 지나가다 몇 번을 학생들 담배 심부름 했다고 하셨다. 밤에 학생들이 그러면 누가 심부름 안 하겠냐. 아무도 없고 위협적인데”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학생들이 자주 출몰하는 골목에 순찰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25일 오후 11시 30분쯤 여주시 홍문동 한 길가에서 10대 학생 4명이 A씨에게 담배를 사오라고 강요하며 소녀상 추모꽃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공분을 샀다.

영상을 보면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은 노란색 우비를 입은 채 쪼그려 앉아 있는 A씨에게 담배를 대신 사다 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거부하자 남학생은 꽃으로 A씨의 머리를 때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다른 학생들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웃었다.

여주경찰서는 현장에 있었던 학생 4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가해 학생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4명 중 1명이 재학 중인 경기관광고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매우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안이 발생한 점에 대해 피해자분께 가해 학생을 대신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31일 “어른을 공경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이 부족했다”며 원인과 과정을 철저히 살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의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