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3시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구장’을 검색하자 속옷 혹은 수영복만 입은 여성 사진이 여러 건 떴다. ‘구장’은 성매매 장소를 뜻하는 은어다.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단어 ‘야구장’도 검색한 뒤 조금만 스크롤을 내리자 유사한 불법 성매매 알선 광고가 떴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시민 자원봉사자로 ‘인터넷 시민감시단’을 꾸려 이런 성매매 알선 광고 게시글을 단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무려 11만건의 성매매 유인 광고를 찾아냈다. 2020년 6만1892건이었던 데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많았다. 시민감시단을 운영하는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관계자는 “코로나로 비대면 활동 참여도가 높아지고 온라인 성범죄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시민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민감시단의 업무는 인터넷에 직접 성매매 알선을 의미하는 은어를 검색해 불법 광고 게시글을 신고하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나 일반 사이트에 게시된 성매매 알선 광고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반성매매 시민 참여 플랫폼’(http://gamsi.dasi.or.kr/)에서 신고할 수 있다. 시민감시단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다. 성매매 알선을 유도하는 카카오톡 아이디나 랜덤채팅 계정도 신고가 가능하다. 이렇게 수집된 신고 자료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으로 전달돼 광고 삭제에 도움이 된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서울시 인터넷 시민감시단 사전교육 /서울시 제공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성적 학대나 성매매를 알선하는 내용이 포함된 게시글을 신고할 수 있는 별도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들 SNS에서는 불법 게시글 신고가 들어오면 이를 확인한 뒤 삭제 조치한다. 하지만 게시글을 삭제해도 같은 계정으로 계속 게시글을 올리거나 여러 개의 계정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게시글을 올리다보니 지속적으로 감시, 신고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시민감시단이 성매매 은어를 직접 검색해 신고에 나서는 이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매매 광고 단속을 위해 지정한 단어 중에는 성매매 행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도 있다. 하지만 ‘야구장’이나 ‘전투’ ‘관전’ ‘노모(모자이크를 하지 않았다는 뜻)’ 등 일상적인 단어가 성매매 광고에 쓰이는 경우도 많다.

시민감시단 대상 교육에서는 온라인 광고나 유해 사이트를 신고하고 캡처해 채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건(單件)만으로는 처벌이 어렵지만, 시민감시단이 증거를 모아 실제 법적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작년에 시민감시단은 출장마시지로 위장한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적발해 운영자 5명의 처벌을 이끌어냈다. 이중 총책 1명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3억3393만원 추징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4명은 총 10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시민감시단이 10년 동안 벌금과 추징금으로 받아낸 액수만 해도 총 20억원이 넘는다.

시민감시단은 매년 1000명을 뽑아 무보수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집 인원을 넘길 때도 있을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다시함께상담센터에 따르면 많은 시민들이 “작은 노력이지만 그래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감시 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시민감시단으로 활동한 김모(69)씨는 “SNS에 생각했던 것보다 성매매를 암시하는 은어와 광고들이 너무 많아 충격적이었다”며 “내가 신고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으로 신고 활동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에는 시민들이 직접 성매매 알선 게시글을 신고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시민 안내서’를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