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랜드마크를 겸할 수 있는 자원회수시설을 서울에 세운다. 지금까지 자원회수시설은 대표적인 혐오 시설로 분류됐다. 서울시는 소각시설은 100% 지하화하고 지상부에는 스키장, 고급 레스토랑, 전망대 등을 조성해 “자원회수시설을 기피 시설이 아닌 기대 시설로 만들겠다”고 17일 밝혔다.

도심지 신규 광역 자원회수시설 건립 예시. (서울시 제공) /뉴스1

이번 자원회수시설 신설은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데 대비하는 차원이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매립지에서 생활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직매립하는 것이 금지된다.

시는 이미 양천·노원·강남·마포에 광역 자원회수시설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을 매립하지 못하게 되면 더 많은 쓰레기를 소각해야 해 소각용량이 하루 880t씩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새로 자원회수시설이 생기면 하루 1000t을 추가로 소각할 수 있게 돼 현재 직매립하는 폐기물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36개 후보지를 발굴해 5개 내외로 후보지를 압축한 뒤, 최종 평가를 통해 다음달 중 최적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설명에 나선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환경부가 광역 자원회수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경우 1년간 유예 기간을 두고 있어 2027년 1월 이전에는 시설 운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회수시설은 대표적인 혐오 시설 중 하나로 건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이번에 새로 짓는 자원회수시설이 지역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민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실제로 해외에서는 자원회수시설을 지역 명소로 만든 사례가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는 소각시설 상부에 스키장을 만들고 벽면에는 암벽장을 설치해 관광명소화 됐다. 지난해 올해의 세계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만의 ‘베이터우’ 소각시설은 160m 굴뚝 상부에 전망대와 회전식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360도 통유리로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도 이러한 해외 사례를 따라 소각시설을 100%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부에는 복합문화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업무‧문화 시설, 공원 등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고, 높은 굴뚝은 전망대, 회전 레스토랑, 놀이기구, 스카이워크 등 관광 아이템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또 첨단 기술이 집약된 오염방지설비를 갖춰 대기오염물질과 악취, 소음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작업차량 전용 진출입 도로를 주변 거주지와 분리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유연식 본부장은 “주민이 편히 즐기고 쉴 수 있는 ‘내 집’ 같은 공간과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랜드마크로 조성해 기피 시설이 아닌 기대 시설로 전환하고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의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자원회수시설에 지역 주민이 원하는 편익시설을 도입할 예정이다. 수영장, 체육시설, 공원, 물놀이장, 도서관, 사회복지관 등이 거론된다. 또 지역 주민에게는 연간 100억원 규모의 주민지원 기금을 조성해 아파트 관리비, 난방비 등으로 사용하게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시설 건립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사후환경영향조사, 주민건강영향조사 등을 철저히 거쳐 주민들의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원회수시설이 서울시와 서울시민 전체를 위한 필수 시설이므로 최적 후보지 결정 시 지역 주민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며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 조성,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지원 등을 통해 기피 시설이 아닌 기대 시설로 전환되는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