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달 중으로 위례선 트램(노면 전차) 건설에 착공한다고 28일 밝혔다. 위례선이 계획대로 2025년 9월 개통하면, 서울시내 도로에서 트램이 지난 1968년에 사라진 이후 57년 만에 다시 달리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위례선 도시철도 건설사업은 사업계획이 2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돼 11월 말부터 본 공사를 착공할 것”이라며 “‘2025년 9월 개통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공정과 안전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위례선은 노선 길이가 5.4㎞로, 마천역(5호선)~복정역(8호선·수인분당선)~남위례역(8호선) 등 총 정류장 12곳(환승역 3곳)을 지나도록 계획됐다. 5칸짜리 객차로 이뤄진 열차가 총 10대 운행한다. 배차 간격은 출·퇴근 시간에는 5분, 평상시에는 10분 수준이다. 사업비는 2614억원이다.
위례선이 여느 철도 노선과 다른 점은 ‘트램’이라는 것이다. 트램은 차도 위에 철길을 만들어 일반 차량과 나란히 열차가 다니도록 한 것을 말한다. 도로 위에서 정해진 노선을 다닌다는 점에서 버스와도 비슷하다.
트램은 차로를 변경할 일 없이 일정한 철로로 다니기 때문에 연착이 적다는 것이 버스와 비교했을 때 장점이다. 지하철과 달리 인도에 마련한 정류장에서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어 접근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인프라 구축 비용도 다른 철도 교통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거꾸로 트램의 가장 큰 단점은 차가 다녀야 할 도로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차가 많은 도로에 트램을 설치하면 교통 체증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또 전기로 작동하는 전차인 트램을 운행하려면 도로에 전깃줄을 깔아야 해서 도시가 지저분해 보인다는 문제도 생긴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서울시내에서 트램은 구한말인 1899년에 설치됐다가 시내 차량 통행이 늘면서 1968년에 결국 사라졌다.
그러나 트램은 최근 친환경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각광받고 있다. 일단 대기 오염물질을 만들지 않고,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다닐 때 트램은 특히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와 부산광역시 등에서 도입이 추진 중이다.
트램이 주는 복고적인 느낌은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국가의 도시들은 트램을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3년 뒤 서울에 돌아오는 위례선 트램은 기존 트램보다 기술적으로 보완된 측면도 있다. 열차 차량 상단부에 전기 배터리를 넣어 무선으로 운행한다. 기존과 달리 전찻길 위쪽에 전깃줄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열차 차량 하단부는 도로에 낮게 깔리도록 ‘초저상 구조’로 제작해 휠체어 등 교통약자가 타고 내리기 편하게 했다고 한다.
위례선 차량 기지는 지하화하기로 했다. 대신 지상 공간을 공원과 녹지로 조성한다. 위례선이 지나는 장지천에 설치하는 다리에는 전찻길 옆으로 사람이나 자전거도 다닐 수 있도록 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안정화 연구원은 “트램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GTX 등 광역철도를 설치해 주민들이 멀리 다니게 하는 것보다 트램을 설치하면 지역 내에서 이동이 편리해져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지하철에 비해서 트램은 지상 상권을 살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다만 트램의 장점을 살리려면 도시에서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연구원은 “유럽 등에서 트램이 활용도가 높은 것은 도시 교통이 보행 위주이기 때문”이라며 “차를 타고 다니는 문화라면 지금도 도로에서 차가 막히는데 트램을 도입해 차로를 줄인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