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컴퓨터·전자 제품의 메카로 불린 서울 용산 전자상가가 AI(인공지능)와 ICT(정보통신기술) 등이 어우러진 첨단 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용산 메타밸리(Meta-Valley)’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용산 전자상가 일대를 근처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미래 서울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신(新)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용산정비창 부지(49만3000㎡)에 들어설 예정인 국제업무지구와 인접해 있는 용산 전자상가를 신산업 단지로 개발해, 국제 비즈니스와 신산업 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용산 전자상가는 1985년 정부의 전기·전자 업종 육성 정책에 따라 조성됐다. 1990년대 가정용 컴퓨터가 보급되며 호황을 누렸지만,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 밀리면서 상권이 급격히 쇠락했다. 나진상가의 경우 평균 공실률이 2017년 23%에서 2021년 58%로 높아졌다. 10곳 중 6곳이 비어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전기·전자 업종의 중심이었던 전자상가가 쇠퇴하면서 주변도 함께 침체됐다”며 “신산업 거점으로 조성되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2021년부터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개발하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 하지만 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재개발 계획을 세우기가 만만찮았다.
용산 전자상가는 현재 약 12만㎡ 부지에 11개 상가로 구성돼 있다. 전자랜드는 부동산업체인 SYS홀딩스가 소유하고 있고, 여러 동으로 구성된 나진상가는 나진산업,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각각 소유 중이다. 하지만 원효상가와 선인상가는 개별 가게들이 공유 지분을 갖고 있어 소유 관계가 복잡하다.
서울시는 낡은 용산 전자상가를 직장과 집, 녹지가 섞인 복합 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전체 공간(연면적)의 30% 이상을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등 신산업 용도로 쓰도록 의무화하는 대신, 공공기여 비율을 낮춘다. 주거 시설은 용적률의 50%까지 지을 수 있게 허용하고, 일부는 스타트업 직원 등을 위한 ‘창업지원주택’으로 특별 공급한다.
현재는 일반상업 지역으로 용적률 기준이 800%이지만,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물을 짓거나 개방형 녹지를 만들면 용적률을 1000% 이상으로 올려준다. 전자상가와 국제업무지구 사이에 있는 드래곤시티호텔이 지상 40층(150m)인데 이보다 높은 최고 50층 안팎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계획을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해 재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소유주들이 사업 계획을 짜오면 우선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