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만5000원을 투자하면 서울시내 지하철·버스·따릉이를 무제한 탈 수 있는 정기권이 출시된다.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 운영되며, 내년 하반기부터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월 6만5000원 수준의 대중교통 정기권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이 지난 5월 도입한 ‘49유로 티켓(D-Ticket)’과 동일한 컨셉이다. ‘49유로 티켓’은 월 49유로(한화 7만원)로 독일 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 가능한 것으로, 출시 3개월 만에 1100만장이 판매됐다.
서울시는 “정기권이 도입되면 대중교통 이용 승객 50만명이 1인당 연간 34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본다”며 “월 40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겐 정기권 사용이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고물가와 고금리에 고통을 겪는 서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라고 했다.
사용법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카드, 총 두 가지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6만5000원을 충전하거나, 실물 카드를 구매해(구매비 3000원) 충전하면 된다.
서울시는 이번 정기권 도입으로 대중교통 분담률을 올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카드 이름도 ‘기후동행카드’다. 현재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53%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정기권을 도입하면 승용차 이용 대수는 연간 최대 1만3000대 감소하고, 연 3만20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독일 철도(Deutsche Bahn)가 지하철, 버스를 전부 운영하는 독일과 달리, 수도권의 경우 인천·경기·코레일 등 운영 주체가 섞여 있다. 본래 서울시는 인천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도입을 추진했으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서울시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1호선을 인천이나 경기에서 탑승하면 이용이 불가하고, 수도권 광역버스도 이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도 서울시민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범 운영까지 남은 시간 동안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인천과 경기도도 함께 정기권을 시범 운영하면 좋겠다는 바램”이라고 했다.
정기권 도입은 당정(黨政)에서도 주요 정책으로 추진 중인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내년 7월부터 대중교통을 20회 이상 이용하면 최고 20%까지 할인해주는 ‘K패스’를 도입한다고 지난 8월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K패스에 대해 “K패스는 할인제도고, 우리는 정기권 도입이라 정책의 접근이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