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장

시내버스 빈자리 위에서 현금 5만원 등이 든 지갑을 주워 가져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버스 승객이 무죄를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주은영 부장판사는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28)씨는 지난해 5월 26일 오후 1시 46분쯤 부산진구 도시철도 서면역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에서 하차하면서 피해자 B씨가 좌석에 놓고 내린 갈색 반지갑(시가 10만원 상당)을 주워 가져간 혐의를 받았다. 이 지갑 안에는 현금 5만원과 BC카드 1장, 은행 보안카드 1장, 주민등록증 등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공소 내용은 1심 재판에서 뒤집혔다. 시내버스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 덕분이었다. 이 영상은 A씨가 좌석에 앉으면서 B씨의 지갑을 그대로 깔고 앉는 장면, 주위를 의식하면서 지갑을 계속해 살펴보는 모습 등을 담고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블랙박스에 찍힌 이들 장면과 B씨가 자리에 두고 내린 지갑이 사라진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지갑을 가져 갔다'는 결론을 내려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영상 등은 유죄의 의심이 든다”면서도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 “지갑을 앉았던 자리에 두고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그 자리에 지갑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추궁하자 A씨는 곰곰이 생각하다 “지갑이 바닥에 떨어졌고, 지갑을 주우려고 하다 의자 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냥 버스에서 내렸다”고 진술했다.

시내버스 블랙박스에는 A씨가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 몸을 숙이고 뭔가를 찾는 듯한 모습도 찍혀 있었다. 주 판사는 “만약 A씨가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본 후 진술했다면 처음부터 지갑이 바닥에 떨어져서 주우려고 했다고 얘기했을텐데 두 번째 진술에서 그 사실을 말한 것은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낸 허위 진술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 판사는 또 “버스가 피고인이 내린 이후에도 약 30곳의 정거장을 거쳐 종점에 이르므로 다른 사람이 가져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달리 A씨의 범행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