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 방역 업무를 담당하던 보건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부산시가 보건소 인력 보강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8일 부산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코로나 관련 격무로 생을 달리한 고인과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 시장은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현장 의료 인력 보강과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시는 먼저 계획보다 빨리 신규 인력 충원을 통해 현장 배치에 나선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 보건소 적정 인력은 1000여명이지만, 휴직 등 사유로 현재 930여명이 근무하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모자란 인력 70여명에 추후 휴직 가능성이 있는 인원까지 고려해 총 134명(간호 73명, 보건 37명, 의료기술 24명)을 신규 선발한다. 당초 10월 배치 계획이었지만, 한달 앞당겨 9월 중 인력 배치를 끝낼 방침이다. 16개 보건소에 8명의 인력이 충원되는 셈이다.
여기에 부산시는 신규 인력 충원 전 업무 공백에 대비해 간호사 등 의료 인력 90여명을 한시 인력으로 채용해 방역 현장에 투입해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안내와 접수 등 단순 보조 인력도 늘린다. 현재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2000여명의 보조 인력을 지원하고 있는데서 추가로 90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시는 근무 여건 개선도 약속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은 휴직하도록 하고, 현장 대응부서와 지원 부서 간 교차근무나 근무교대로 휴식 시간을 보장할 계획이다.
코로나 관련 업무 전 직원에게 3~5일 간 특별휴가를 차례로 부여해 피로도를 줄인다 계획도 내놨다. 매년 실시하던 종합감사, 업무평가 등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거나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럼에도 코로나 방역 현장의 피로도는 쉽사리 해결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병선 부산시 복지건강국장은 “일선 보건소에 간호직 인력 중 정규직 비율은 50~60% 정도에 불과하다”며 “역학조사나 코호트 관리 등 업무에는 관리 책임 때문에 비정규직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규직 업무 부담이 커 최대한 역할과 업무를 나누고 장기적으로 정규직을 늘려 나가고, 기간제 근로자들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자기 업무가 아닌 일을 떠맡아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전체적인 상황을 조사해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3일 오전 8시10분쯤 코로나 업무 관련 격무에 시달리던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33)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씨는 최근 동구 내 한 정신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자 해당 병원을 담당·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유족들은 “직원들이 보통 코호트 병원 업무 담당을 순번대로 도는데, 이씨가 정신건강관리 담당이라는 이유로 순번이 아닌데도 업무를 떠안게 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건소 근무 경력이 5년인 이씨가 맡기엔 코호트 격리 업무는 너무 과중했다며, 업무 분장에 대한 과정과 경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가 생전 가족들과 나눈 대화에서는 코호트 병원 담당 업무를 맡게 된 후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씨는 업무 교체 의사도 피력한 바 있지만, 업무 조정을 두고 부서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동료 직원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업무를 맡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씨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두통’ ‘고민상담전화’ ‘질병휴직진단서’ ‘면직’ ‘공황장애 증상’ ‘극단적 선택’ 등을 검색하다 끝내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