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을 통해 만난 여성이 성관계를 거부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오욕(汚辱)까지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유기징역형을 내렸다.
부산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박종훈)는 살인 및 사체오욕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36)씨에게 원심인 무기징역형을 파기하고 징역 28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2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앞서 같은 해 2월쯤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B씨를 알게 되고, 몇 차례 만남을 가졌다. 그러다 7월 B씨와 성매매를 약속하고 경남 한 모텔에서 만났다. 성매매 대금을 송금했던 A씨는 B씨가 “피곤하다”며 성관계를 거절하자 화가났다.
주먹을 이용해 B씨를 폭행하던 A씨는 분이 풀리지 않자 모텔에 있는 물건 등으로 B씨를 질식해 숨지게 했다. A씨는 이미 숨진 B씨 사체를 오욕(汚辱)하기까지 했다. B씨를 모텔에 둔 채 지갑에서 카드를 훔친 뒤 편의점이나 PC방 등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또 B씨 휴대전화를 중고물품으로 판매까지하려 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경계성 정서불안정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고 충동조절이 어려워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취지로 주장을 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이 사건 전에도 강간상해, 성매매 여성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등 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A씨를 사회와 영구히 격리해야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가한 폭력의 정도 범행의 방법과 범행 이후 정황 등을 보면 죄질이 극히 무겁다”며 “피해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진지한 후회나 반성보다는 사망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등 타인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있는지 의심스러울정도로 반인륜적이고 엽기적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부터 충동조절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그러한 성격이 이 사건 당시에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범행을 부인하거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범행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피고인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나 법질서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사실상 없고 도움을 줄 사람도 없다.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는데엔 한계가 있다”며 “피고인에게는 장기간의 징역형에 더해 장기간의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부과되므로 재범 예방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