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건조한 날씨 속에 초속 7m 이상의 바람을 타고 인근 경북 고령군까지 확산했다. 산림청은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28일 산림청과 경남·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8분쯤 합천군 율곡면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 정상 부근에서 시작된 불길은 남서풍을 타고 북동쪽으로 확산하면서 인접한 경북 고령군 쌍림면 신촌리까지 번졌다. 지난 16일부터 13일째 건조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산지가 바짝 메마른데다, 이날 초속 7m 이상의 강한 바람까지 불면서 불길이 빠르게 확산했다. 경남 합천과 경북 고령 등 일대엔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고령군의 한 주민은 “연기가 몰려 오길래 처음에는 구름이 낀 줄 알았다”며 “점점 더 심해지고 메케한 냄새가 나더니 불길이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산림당국은 현재까지 산불 영향 구역이 200ha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불이 빠르게 확산하자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오후 5시30분을 기준으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최근 전국적으로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 발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산불 대응 3단계도 발령했다. 관할 기관 뿐만 아니라 인접 기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진화하는 대응 단계다. 예상 피해 면적이 100ha 이상, 평균 풍속 10m/s 일 때 산림청이 발령하는데, 광역 단위 산불진화 헬기 100%와 관할기관 진화대원 100%, 인접기관 진화대원 50% 등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낮부터 헬기 29대와 인력 380여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해가 지면서 헬기는 철수했고, 현재는 약 800명의 숙련된 인력들이 투입돼 민가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하는 등 불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는데 주력하는 상황이다.
산림청은 산불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오후 10시 기준으로 합천 주민 30명, 고령 주민 114명 등 총 144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청은 전국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했다. 소방동원령은 대형 화재나 사고, 재난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부족한 소방력을 다른 지역에서 지원하는 조치다. 소방력 동원 규모에 따라 1호(당번 소방력의 5%), 2호(10%), 3호(20%) 순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1호 동원령에 따라 합천과 고령에 인접한 대구, 울산, 전북, 전남, 부산 등 5개 광역 시·군에서 펌프차, 고성능 화학차를 지원한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강풍과 연무, 고압선 등의 영향으로 진화 작전이 원할하지 않았다”며 “해가 밝는 대로 진화 헬기 47대를 투입해 정오까지 큰불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산불이 시작된 합천 율곡면 노양리 야산과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합천 해인사까지는 직선 거리로 약 18km 떨어져 있어 피해 우려는 크지 않다고 산림당국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