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앞바다에 태풍 힌남노에 대비한 차수벽이 세워지고 있다. /창원=김준호 기자

5일 오전 11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합포수변공원. ‘삐~ 삐~’하는 경고음과 함께 산책로에 있던 바닥이 벽처럼 서기 시작했다. 높이 2m, 너비 10m의 벽 20개는 30분 만에 모두 세워졌다. 기존에 늘상 고정으로 서있는 강화유리벽까지 더하면 길이 1㎞의 성벽이 완성됐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면서 조성된 방재언덕 차수벽(遮水壁)이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과 함께 가동됐다. 2018년 12월 준공 후 두번째 가동이다. 지난해 9월 태풍 ‘찬투’ 때 해안가 저지대 피해 예방을 위해 차수벽이 가동된 바 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이 차수벽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후 조성됐다. 당시 태풍 매미는 경남 고성을 거쳐 남해안 일대를 강타했다. 마산합포구 월영동 등 일대 해안가는 당시 태풍이 일으킨 해일에 물바다가 됐다. 마산에서만 18명이 숨졌고, 이재민 9200여명, 재산피해 5900여억원이 발생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 차수벽(기립식 방조벽)이 세워져 있다.이날 창원시와 마산합포구 등은 태풍 북상 앞두고 높이 2m, 길이 200여m 인 차수벽을 가동했다./ 2022.09.04 김동환 기자

이후 해양수산부 등은 이곳 월파에 의한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약 500억원을 들여 해변 일부를 매립한 뒤 높이 3m 가량의 방재언덕과 기립식 차수벽과 투명강화유리벽을 세웠다.

11호 태풍 힌남노는 매미와 북상 경로가 유사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6일 오전 6시쯤 통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전 8시쯤 부산 서북부 40km 지점을 통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통영 만조 시간이 6일 오전 4시 51분, 마산은 오전 4시 54분쯤이라 폭풍 해일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2003년 매미 때도 마산은 만조시기와 겹치면서 피해가 더욱 가중됐다. 기상청은 마산에 2m 50cm가 넘는 해일이 올 것으로 예보한 상태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다./ 2022.09.04 김동환 기자

해양수산부 마산지방해양수산청 반재남 주무관은 “방재언덕과 차수벽 높이를 더하면 간조시 기준 높이 6m, 만조시 4m 높이의 벽이 세워지는 것이다”며 “매미 때 같은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수벽은 힌남노가 한반도를 완전히 통과한 6일 오후나, 늦으면 7일 오전까지 세워진 상태로 가동된다.

한편, 창원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방재언덕 인근 구항배수펌프장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래주머니를 배부했다.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항 배수펌프장에서 구청 직원들과 주민 30여명이 5kg 짜리 포대주머니에 모래를 담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