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번화가 동성로의 상징이었던 대구백화점(대백) 본점 매각이 무산됐다.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만남의 장소였던 대백은 대형 백화점 진출 등으로 매출이 줄고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6월 문을 닫았다. 이후 대백 측은 본점 및 부지 매각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와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지만, 업체 측에서 대금 지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결렬됐다.
대구백화점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제이에이치비홀딩스’와 체결했던 매각 계약이 결렬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 1월 제이에이치비홀딩스는 대백과 자산 양수도 계약을 맺고 2125억원에 대백 본점과 부지를 매수하기로 했다. 당시 제이에이치비홀딩스는 계약금 50억원을 지불했고, 올해 6월까지 중도금 300억원, 11월까지 잔금 1775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이에이치비홀딩스는 예정했던 기한까지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 업체는 “중도금을 잔금과 함께 지급하겠다”며 계약 내용을 변경했으나, 지난달 31일로 정정한 기한에도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대백 측은 먼저 지급된 계약금 50억원만 받은 셈이 됐다.
본점 매각이 결렬되면서 대백 측이 구상했던 신규 사업 투자도 일정 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중도금 등 지급 일정을 두 차례 가량 연기해줬지만 업체 측이 기한을 지키지 않아 계약이 결렬됐다”면서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 본점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백은 지난 1944년 고(故) 구본흥 명예회장이 창업한 ‘대구상회’를 전신으로 둔 향토백화점이었다. 1969년 대구 동성로에 문을 연 대백 본점은 당시 대구 최고층인 지하 1층, 지상 10층 건물로 자리잡으며 동성로 시대를 열었다. 대구 시민들이 약속을 할 때 “대백에서 만나자”고 할 만큼 상징적 장소가 됐다.
2002년 대백 본점은 단일 점포로 27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대구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결국 지난해 6월 문을 닫았다. 현재 대백의 명맥은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대백프라자’가 잇고 있다. 본점이 폐점하면서 대백프라자는 대구에 남은 마지막 향토 백화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