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인 줄 알았네요!”, “(버스 모습이)눈에 확 들어오는데요.”
17일 오후 2시 5분쯤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시티 안 트럼프월드센텀 상가 앞 버스정류장. 진한 핑크빛(마젠타)의 1001번 좌석버스가 들어왔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버스를 탔다.
9년 만에 바뀐 디자인의 시내버스가 올 1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래 현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 시장과 직원들이 승객들에게 새 디자인 버스에 대한 의견을 묻자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이라는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어떤 이는 “어두운 밤에 조명이 비치면 이국적이고 뭔가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고도 했다. 9년 만에 달라진 부산 시내버스 디자인은 ‘빅 버스‘(Big Bus)로 명명됐다.
황현철 부산시 교통혁신국장은 “부산의 새로운 슬로건인 ‘Busan Is Good’(부산이라 좋다, BIG)의 뜻을 살려 이름을 지었다”며 “부산을 좋게 만드는, 살고 싶게 만드는 대중교통 시대를 향한 첫 단추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디자인의 버스는 일반버스는 파란색(블루)을, 좌석버스는 핑크색(마젠타)을 기조로 했다. 주조를 이루는 색의 짙고 옅음에 변화를 주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도록 디자인했다. 푸른 색은 부산 바다 이미지를 담고 있으면서 깨끗함, 빠름의 의미를 표현하고, 분홍빛은 따뜻함과 포용성, 친절함 등의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게 시 측의 설명이다.
최유식 부산시 대중교통과장은 “부산의 해풍을 가로지르며 쏟아지는 햇살 속의 ‘블루버스‘, ‘핑크버스‘는 보다 쾌적하고 고급스런 대중교통 경험을 선물하는 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새로운 명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디자인 버스는 현재 52대가 운행 중이다. 부산시는 올해 안에 이를 300대로 늘리고 매년 200~300대를 새 디자인 버스로 바꿔 2034년까지 2500여대의 시내버스 전체를 새 디자인으로 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대중교통 친화도시‘로 바뀌고 있다. 2016년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입 후 시내버스 이용자들이 늘고 시내버스 통행속도도 빨라졌다.
시 측 조사에 따르면 이 BRT 구간의 시내버스 평균 통행속도는 BRT 전 시속 14.9㎞에서 현재 21.5㎞로 44%가량 향상됐다. 최유식 과장은 “대중교통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이용객의 편리성도 그만큼 더 좋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고모(해운대구)씨는 “직장이 BRT 구간에 있어 출퇴근때 승용차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빠르고 정시성이 확보돼 좋다”며 “운전할 땐 긴장감으로 인한 피로가 있었는데,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버스 이용객도 BRT 전 시간당 3만2537명에서 3만4302명으로 5.4% 증가했다.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도 2020년 40.4%에서 2021년 40.8%, 2022년 42.2%, 2023년 44.4%, 2024년 44.6%로 상승세다.
시는 이에 따라 BRT 구간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1061억원을 들여 조성돼 있는 현재 BRT는 동래구 내성∼해운대구 중동, 내성∼부산진구 서면, 서면∼서구 충무, 서면∼사상구 사상 구간 등 4개 축 30.3km에 이른다.
시 측은 “앞으로 남구 문현∼수영구 수영 6.8㎞, 서구 대티∼사하구 하단 4.4㎞, 하단∼경남 진해시 15.9㎞ 등 3개 축 27.1㎞ 에 대해서도 BRT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8월 전국 최초로 시행한 대중교통 통합할인제도인 ‘동백패스’ 가입자도 지난달 기준 6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0만여명이 늘어났다.
김희중 부산시 버스행정팀장은 “올 하반기엔 ‘동백패스 모바일 서비스‘를 개설, 시민들의 대중교통 편의성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BRT 구간 버스 정류장에 ‘작은 정원‘을 조성, 버스 이용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버스를 타고 내리거나 기다리는 시민들이 작은 정원에서 돋아나는 새싹, 싱그런 녹음의 그늘,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와 단풍잎, 짧지만 정겨운 산책로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안철수 부산시 푸른도시국장은 “BRT 정류장 작은 정원은 부산 대중교통의 품격을 높이면서 삭막한 간선도로의 중간 중간에 작은 숲을 둬 도시 미관과 매력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부산진구 송상현공원 정류장 등 4곳의 BRT 정류장에 ‘작은 공원‘을 만든 데 이어 올해는 오는 9월까지 가야대로 BRT 구간의 버스 정류장 12곳에 작은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박형준 시장은 “편리하고 쾌적한 질 높은 대중교통은 시민 삶의 질과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중대한 자원”이라며 “부산을 대중교통이 가장 편리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