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신동 부근 여러 산들이 나무가 대거 베어져 민둥산으로 변했다. 산림청은 올 1월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어린나무를 심어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제공

산림청이 대규모 벌채에 나선 명분은 “30년생 이상 나무가 전체 산림 면적의 72%를 차지하는 불균형한 산림 영급(齡級·나무의 나이) 구조를 개선해 산림의 탄소 흡수 기능을 증진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나무도 오래될수록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이 든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래된 숲의 탄소 저감 기능이 둔화한다는 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나이 든 나무가 더 많은 탄소를 왕성하게 저장한다는 최근 국내외 연구 결과가 있다. 2008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숲은 800년이 지나도 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숲의 탄소 축적량은 30년 무렵 주춤하다 100년이 넘어가면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네이처는 2014년에도 대부분 종(種)의 나무가 늙을수록 더 빨리 성장하고, 부피를 키우면서 더 많은 탄소를 조직 안에 저장한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6개 대륙에 걸쳐 403종 67만3046그루를 분석했는데, 나무의 키는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더 자라지 않지만 줄기나 가지 등을 합친 나무의 체적(體積)은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잎은 햇빛을 받으면 뿌리로 흡수한 물과,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탄소를 이용해 양분을 합성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이용하고 남은 탄소는 배출되거나 나무의 몸체를 이루는 줄기, 가지·뿌리 등에 축적된다. 나무가 나이가 들어 체적이 커질수록 더 많은 탄소를 잡아둘 수 있다는 얘기다. 네이처 연구에 따르면 아주 큰 나무 한 그루는 숲에 있는 모든 중간 크기 나무를 다 합친 만큼 이산화탄소를 잡아두기도 한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일대 30만㎡(약 9만평) 산에서는 지난 13일 대규모 벌목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일대 산에는 40년 이상 된 잣나무, 소나무 등이 심어져 있었다./고운호 기자

고목(古木)이 비생산적이라는 논리는 산림청 자체 연구와도 배치된다. 2018년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은 크고 오래된 나무 73종 308그루의 생체 기능을 분석하고 “최근 30년간 이 나무들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일반 나무보다 13배 높았다”고 발표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숲이 형성되고 30~50년이 되면 빽빽하게 자라던 나무들이 경쟁하며 죽거나 도태되는데, 이때 탄소 축적량이 정체될 수 있다”며 “이 기간이 지나 살아남은 나무들이 체적을 늘리면 숲의 기능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그러면서 “그전에 나무를 베면 뿌리와 줄기, 가지에 저장돼있던 탄소는 2~3년 내 모두 날아가버린다”며 “탄소를 오히려 배출하는 셈인데 어떻게 이런 벌목이 그린 뉴딜일 수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