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북쪽 루손섬에 있는 피나투보 화산이 1991년 폭발하자, 땅속에 있던 2000만t의 이산화황(SO2)이 대기로 방출됐다. 이산화황과 화산재가 섞인 이 구름기둥은 지표면 상공 35㎞까지 치솟아 지구 상공을 순환했다. 그로부터 3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0.2~0.5도씩 낮아졌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은 지구를 덥히는 햇빛의 양을 조절해 온난화를 해결하려는 과학기술 분야다. 피나투보 화산 사례와 다른 것은 인위적, 공학적 수단을 쓴다는 것이다. ‘기후공학’이라고도 한다. 햇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해 지구의 열을 식힌다는 이 아이디어는 1965년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 직속 과학자문위원회가 낸 보고서에서 출발했다. 당시 자문위는 “바다에 인공 입자를 뿌려 햇빛 반사율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불붙은 1990년대를 거치며 지구공학은 인간의 힘으로 온난화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처럼 여겨졌다.
대표적인 아이디어는 2019년 3월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 데이비드 키스 교수팀이 내놨다. 학술지 네이처에 “성층권에 탄산칼슘을 뿌려 햇빛을 막으면 오존층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절반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2년여 준비 끝에 이달 ‘스코펙스(SCoPEx)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첫 번째 실험이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공 입자 방출에 대한 스웨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반발이 커지자 스웨덴우주국은 지난 4월 ‘실험 불가’ 통보를 했다. 인공적으로 햇빛을 막을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데다, 냉각 효과가 지표면에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 예기치 못한 생태계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실험은 내년까지 잠정 연기된 상태다.
이외에도 기상천외한 지구공학 제안이 그간 속출했다. 원반 모양의 작은 유리판 16조(兆)개를 태양과 지구 사이에 쏘아올려 ‘인공 양산’으로 햇빛을 차단하자거나, 바다에 철(Fe)가루를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을 번식시킨 뒤 광합성 작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아이디어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생태계 부작용, 천문학적 비용, 효과 의문 등으로 인해 실행되지는 않았다.
여러 지구공학 방법론 가운데 현재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게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뽑아내 땅에 저장’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용어를 처음 만든 영국 윌리스 브로커 박사 등이 제안한 이 아이디어는 ‘부작용이 가장 적은 지구공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이 같은 ‘탄소 직접 포집(DAC)’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표한 ’2050년 넷제로’ 보고서에서 DAC를 비롯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바이오&포집·저장(BECCS)’ 같은 신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산화탄소 ‘킬링 곡선’
‘킬링 곡선’(Keeling Curve)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미국의 찰스 킬링 박사가 1958년부터 하와이 마우나로아산 관측소에서 매일 대기 중 CO₂ 농도를 측정해 그래프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이곳에서 측정된 CO₂ 농도는 0.0419%, 즉 419ppm(피피엠·100만분의 1 단위)이다. 공기 분자 100만개 중에 CO₂가 419개 있다는 의미다. 산업혁명 이전(278ppm)보다 50%가량 늘었다. 증가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측정 초기 연간 0.5 ~1ppm씩 오르다 최근 10년간은 2 ~3ppm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