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태양광 부지의 환경오염 실태를 밝히기 위해 환경부가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3.6㎢(약 109만평)에 달하는 새만금 육상태양광 1~3구역 부지에 대한 pH 농도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공사 현장 내 도로에 깔린 제강(製鋼)슬래그에서 고농도 독성 물질이 든 침출수가 흘러나온 사실이 확인<본지 12월 3일 자 A1·10면 보도>되자 새만금 일대 육상태양광 부지 전체로 오염 조사를 전면 확대키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민관 합동점검단이 새만금 일대 7곳에서 침출수를 채취해 pH 농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 시료에서 pH 9 이상의 알칼리성 물질이 검출됐고, 일부 시료에선 ‘지정폐기물’에 해당하는 pH 12.85의 폐알칼리 수준의 물질이 검출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육상태양광 부지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 결정을 최근 확정했다”면서 “민관 합동점검단을 구성하거나 외부 용역을 맡기는 등 조사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올 4월 첫 삽을 뜬 300㎿(메가와트)급 새만금 육상태양광 사업은 당초 부지 내 35㎞에 달하는 도로를 깔 때 기층재로 순환골재를 쓸 예정이었다. 하지만 군산시가 100% 출자해 만든 SPC(특수목적법인)인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주도로 순환골재를 쓰는 대신 제강슬래그로 도로를 깔기로 돌연 변경됐다. 슬래그도 도로를 만들 때 흔히 쓰이는 부재료이지만, 비·눈이나 지하수와 닿으면 부식성이 강한 유해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침출수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포장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새만금 공사 현장에선 슬래그로 깐 도로가 수개월간 야외에 노출돼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결국 갯벌을 메워 조성한 드넓은 땅에 친환경 에너지를 만든다며 태양광 사업을 하다가 독성 물질이 검출되는 인재(人災)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지난 8개월여 진행되는 동안 여러 정부 기관과 지자체, 업체 등이 사실상 팔짱을 끼며 방치했고, 지금 와서도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양광 사업에는 새만금 일대 환경을 관리하는 전북도와 전북환경청을 비롯해 새만금개발청, 새만금개발공사, 군산시 등 수많은 정부 기관이 개입돼있다.
특히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구역 안에서 추진되는 모든 사업에 관한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제강슬래그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1~3구역 공사는 입찰 업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사 중 발생한 환경 문제도 업체가 해결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관리감독 책임에 대해선 “시시콜콜한 현장까지 개발청이 다 관리할 순 없다”고 했다.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한 제강슬래그를 “친환경 재료”라고 주장하던 개발청은 이번 합동점검에서 독성 물질 검출이 확인된 이후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만금개발공사는 농림부가 관리하는 ‘새만금 농생명용지’를 제외한 모든 새만금 땅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육상태양광도 직접 주관했다. 그런데 개발공사는 환경보호 조치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업체들이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갈 수 있도록 총 300㎿의 용량을 99㎿씩 3개로 쪼개는 ‘편법’을 썼다. 100㎿ 미만의 태양광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새만금 같은 간척지는 ‘공유수면’으로 분류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군산시는 지분 100%를 가진 2구역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태양광 사업에 참여 중이다. 이 법인은 태양광사업을 위해 새만금 땅을 사용하는 대가로 20년간 토지사용료 총 1000억원을 개발공사 측에 지급한다. 독성 물질 논란을 빚은 제강슬래그를 육상태양광 부지 안으로 끌어들여온 당사자가 이 특수목적법인이다. 사실상 군산시가 스스로 새만금 환경 오염을 자초한 셈이 됐다.
결국 한 지역 내 여러 이권(利權)이 서로 얽혀있는 구조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경욱 새만금슬래그반출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역 경제가 걸려있다 보니 정부 기관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 같다”며 “태양광 발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환경을 망가뜨리면서까지 하지는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새만금 사례처럼) 강알칼리성 물질이 흙에 스며들면 토양·수질 오염은 물론 흙 속 미생물이 죽고 지하수로 흘러들면 농작물이 고사할 수 있다”며 “새만금 육상태양광 부지의 환경오염 여파는 앞으로 점점 가시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