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 특혜 의혹 감사 결과’를 두고 ‘면죄부 감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업 실무를 총괄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불법·특혜라는 걸 알면서도 2019년 무면허 업체인 현대글로벌에 수의계약으로 228억원짜리 새만금 태양광 설계 사업을 몰아줬다는 사실을 감사원이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감사나 수사기관 고발을 하지 않고 사건 핵심을 사실상 덮었다는 것이다. 새만금 태양광 사업은 현 정권 ‘탈원전 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한수원이 2019년 4월 아무런 설계 면허도 없는 현대글로벌에 228억원짜리 태양광 설계 사업을 발주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설계업 면허 업체들을 상대로 경쟁 입찰을 진행하지 않고 수상 태양광 경험이 전무한 현대글로벌에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줬다는 것이다. 모두 전력기술관리법을 위반한 특혜였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문에 ‘한수원 A 실장, B 부장, C 차장은 이 사업 설계 용역 규모가 (경쟁 입찰을 해야 할) 정부 고시 금액 초과 사업이고, 현대글로벌은 당시 설계업 면허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2019년 이 사업 발주가 전력기술관리법 위반이란 걸 알면서도 이렇게 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 발주 과정에 훤한 한수원이 이런 무리한 결정을 단독으로 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윗선 공무원들의 압박으로 한수원이 이렇게 했을 경우 딱 떨어지는 직무유기·직권남용 사건”이란 얘기가 나왔다. 형법상 직무유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일부러 직무를 포기할 때’ 성립한다. 한수원이 부처 공무원들의 지시로 불법인 줄 알면서도 특혜를 줬다면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고 법조계는 해석한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불법을 알면서도 이를 막지 않았다는 건 직무유기죄의 핵심 성립 요건인 범죄 고의성이 있었다는 뜻”이라며 “감사원이 왜 한수원 등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한수원의 행태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례와 흡사하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 재직 때 최순실씨의 비위를 알면서도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8년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직권남용 여지도 크다. 형법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부하 직원들에게 위법한 일을 시켰을 때 성립하는데, ‘윗선’ 공무원이 한수원에 ‘불법 사업 발주’ 압력을 넣었다면 직권남용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이 ‘윗선’과 관련한 감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한수원의 직무유기·직권남용 고발도 하지 않고, 서류상 현대글로벌에 이 사업을 발주한 것으로 돼 있는 새만금솔라파워만 경찰에 고발했다. 관가(官街)에선 “감사원이 사건 확대를 막고 조용히 지나가려 한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예고도 없이 주말을 앞둔 17일(금요일) 갑자기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