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왼쪽) 의원, 양이원영(오른쪽) 의원이 최근 개방된 강천보 위쪽 경기 여주 삼합리에서 멸종위기종 ‘꾸구리’가 담긴 수조를 든 시민단체 관계자와 함께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환경단체 관계자 손 위에 올려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꾸구리.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페이스북

‘남한강 ‘꾸구리’를 확인하려고 전국에서 고등학생, 대학·대학원생, 국회의원, 환경 단체 관계자 등이 찾아왔다. 발견된 꾸구리만 68마리였다.’

지난 2일 경기 여주 점동면 삼합리 일대에서 한 환경 단체가 주도한 ‘여주 강천보(洑) 수문 개방 모니터링’ 행사에 여당 국회의원 2명을 비롯해 어류 전문가, 일반인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환경부가 남한강 물줄기를 모아두는 강천보의 수문을 열어 모래톱이 드러나고 수위가 확 낮아지자,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환경 단체가 “보를 개방하니 멸종위기종이 돌아왔다”면서 모니터링이란 명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환경 단체 사람들이 강에 들고 들어간 족대에 민물고기들은 속수무책으로 걸려들었다. 이 중엔 환경부가 멸종 위기 야생 생물 Ⅱ급으로 지정한 ‘꾸구리’도 있었다. 한강과 금강 수계에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포획된 꾸구리는 눈금자가 그려진 작은 수조에 담기거나, 맨몸 그대로 사람들 손바닥 위를 옮겨 다니며 구경거리가 됐다. 참가자들은 수조를 들고 ‘인증샷’을 찍었고, 이날 활동 모습은 고스란히 해당 환경 단체 페이스북에 올라갔다. 이 게시물 끝엔 “한강의 자연성 회복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모으고자 모니터링은 계속된다”고 적혀 있었다.

민간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보 개방으로 멸종위기종 생물이 한강에 돌아왔다”며 야생 생물을 불법 포획하고 서식 지점을 알리면서 “환경 단체가 오히려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멸종위기종과 그 서식지를 보호해야 할 환경 단체 사람들이 오히려 겨울잠에 든 민물고기를 억지로 깨워 잡고, 서식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행동을 하면서 이를 “자연성 회복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멸종위기종 포획은 일부 학술 목적으로 별도 허가를 받지 않는 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해당 환경 단체는 한강유역환경청에 다음 달까지 ‘4대강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고 통보했지만, 멸종위기종 포획·채집에 대한 허가는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니터링 활동도 법적 권한을 부여받고 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이 단체는 작년 12월 모니터링 활동 중 우연히 꾸구리를 발견한 것으로 환경청은 파악했다. 이 경우처럼 포획에 고의성이 없는 경우는 멸종위기종을 잡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이후 두 차례 모니터링을 한다며 대대적인 민물고기 포획에 나섰다. 이 활동은 작년 12월 26일, 올해 1월 2일 각각 이루어졌다. 환경청 측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허가가 난 멸종위기종 포획·채집 활동은 없다”고 했다. 꾸구리는 환경부·국립생태원 등이 ‘신비로운 우리나라 민물고기 꾸구리’라는 별도 포스터까지 만들어 배포하며 불법 포획을 엄격하게 금지한 어종이다. 이 포스터 하단엔 ‘불법으로 포획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안내돼 있다. 그런데도 환경 단체가 오히려 앞장서서 관련 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르면, 멸종위기종을 포획할 경우 관할 환경청에 대상 지역·종·수량·목적·용도·포획방법 등을 적은 허가서를 제출하고, 허가가 나더라도 대상 지역 안에서 반드시 허가증을 소지해야 한다. 허가 없이는 잠깐 사진 촬영만 하고 바로 놓아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는 무분별한 포획·채취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멸종위기종 보호가 까다로운 일부 국가에선 보호종을 우연히 잡았다가 놓아준 경우에도 처벌받는다.

환경 당국의 관리·처분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청은 본지 취재가 시작된 후 “환경 단체 측에 포획 활동 및 사진 촬영 등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라고 구두 조치했다”고 밝혔다. 환경 단체 측은 “꾸구리를 외부로 반출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최소한의 확인 과정만 거친 뒤 제자리에 풀어줬다”며 “향후에는 환경청의 허가를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