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부산항(북항) 재개발의 핵심 사업에서 특정 업체를 상대로 사실상 특혜가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항만공사 고위 간부가 특정 건설사 오너에게 직접 전화해 사업 참여를 요청했고, 이후 이 업체가 7000억원 규모의 부산항 환승센터 개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부산시민단체연합연대 등은 작년 3월 “부산항 환승센터 개발을 맡은 A건설사에 대한 특혜 의혹을 감사해 달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했었다. 감사원은 최근 “사업자 선정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감사 결과를 관련 단체에 송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결과문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는 2016년 11월 부산항 환승센터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B사가 이끄는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 환승센터는 KTX부산역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연결하는 교통·상업 시설로 부산항 재개발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런데 B사가 납부 기한인 그해 12월 27일까지 개발 부지(2만6275㎡·약 7900평) 매매 계약금(99억원)을 내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당시 부산항만공사 고위 간부는 부산 지역 건설사 회장 C씨에게 전화를 걸어 “항만공사가 올해 공기업 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으려면 환승센터 토지 매매 계약이 올해 안에 체결이 돼야 한다. 자금 지원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C회장은 자기 건설사의 자회사인 A사에 토지 계약금 마련을 지시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2016년 12월 29일 공사와 A사는 ‘B사가 향후 사업 자금을 조성하면 토지 권리를 넘기되, 그렇지 않으면 A사가 단독으로 이 토지에 환승센터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토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사는 이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결국 공사는 2018년 2월 토지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한 B사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이 사업을 A사에 넘겼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부분을 ‘부당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 모집 공고엔 공사가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박탈하면 사업자 재공모 및 사업 계획서 평가를 해서 사업자를 새로 뽑게 돼 있다. 그런데 공사는 이런 재공모 없이, 사업 계획서도 내지 않은 A사에게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7000억원짜리 사업권을 준 것이다. 이를 통해 A사는 모회사와 함께 부산항 재개발 구역 내에서 국제여객터미널과 생활형 숙박시설, 환승센터까지 총 3개의 대형 시설을 건립하게 됐다. 업계에선 “3개 시설의 연결성을 높이면 큰 수익을 올릴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결과문에서 “다른 업체들은 입찰 기회를 상실했고, 공정한 계약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했다. 사실상 공사가 A사에 ‘불공정한 특혜’를 줬다는 취지다. 항만공사 경영진의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감사원은 공사에 ‘주의’만 내리고 수사 의뢰나 계약 해지 권고 등은 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 사업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는 점 등을 감사원이 고려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A사는 토지 대금(990억원)을 치렀고,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건축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항 재개발 사업은 노무현 정권 때인 2007년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초 ‘부산항 재개발’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고, 당선 후인 2018년 초 부산항을 찾아 “사업 속도를 더욱 내서 부산항 재개발 사업을 임기 내에 완료하겠다”고 했다. 이후 지역 언론들은 이 사업을 ‘문 대통령의 꿈’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공사가 정해진 사업자 선정 절차를 생략하고 사업을 밀어붙인 것도 문 대통령이 언급한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공사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이 법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