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 취임 후 감사원 지휘부에서 ‘감사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는 지시들이 잇달아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지난 1월 직원 특별 교육에서 “(피감) 기관의 문제 전반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감사원이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평소에 강조했던 부분”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감사를 나갔을 때 피감 기관 업무 전반을 훑지 말고, 필요한 부분만 제한적으로 보라는 이른바 ‘핀셋 감사’ 지시였다. 이를 두고 감사원 관계자들은 “피감 기관 업무 전반을 봐야지만 구체적인 문제가 나오게 된다”며 “처음부터 그 ‘문제’만 콕 찍어 감사하라는 건 사실상 감사를 하지 말란 소리”라고 했다. 한 감사관은 “관심법(觀心法) 감사를 하란 말이냐”고 했다.
또 감사원 지휘부는 최근 ‘피조사자의 권익 강화’ 명분으로 일선 감사관이 동일 공무원을 상대로 3회 이상 대면조사(문답)를 할 경우 사전에 그 필요성을 검토받게 하는 ‘문답 제한 절차’ 마련을 검토 중이다. 전직 감사원 간부는 “특히 정권과 각을 세우는 감사를 할 땐 감사 저항이 커 핵심 인물에 대해 여러 차례 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며 “일괄적으로 조사 횟수를 제한한다는 건 일선의 감사 의지를 쪼그라뜨릴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 지휘부가 외풍을 제대로 막아주지 않아 감사가 더 위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2020년 현 정권이 밀어붙인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점을 감사했던 유병호 국장 인사가 거론된다. 유 국장은 올 1월 인사에서 비(非)감사 부서로 좌천됐다. 그런데 이 인사 직전 유 국장을 불러 ‘비감사 부서로 가 있으라’고 한 사람이 최재해 원장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감사원 안에선 “원장이 유 국장을 솎아냈다” “정권에 밉보일 감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많았다. 반면 최 원장은 올 초 ‘감사위원 내정설’이 파다했던 이남구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감사원 2차장으로 받아줘 감사원 독립성 침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핀셋 감사는 감사 준비를 더 철저히 하라는 취지 발언이었고, ‘조사 3회 제한’ 조치는 검토하다가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