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모든 시민단체의 기부금 세부 지출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도 시민단체의 국고 보조금 집행 내역을 모니터링(감시)하겠다고 인수위에 보고한 바 있다. 인수위 주변에선 “시민단체의 기부금은 행정안전부가, 보조금은 감사원이 맡아 점검하는 투트랙(two track) 방식으로 시민단체 회계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4일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기부금 단체 국민 참여 확인제’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기부금 지출 내역을 사업별·비목(費目)별로 세분화해 정부가 관리하는 ‘기부 통합 관리 시스템’에 자세히 기재하도록 하고, 이를 국민 누구나 볼 수 있게 해 국민 검증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제도”라고 했다. 또 다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미 기부 통합 관리 시스템 마련을 위한 예산을 책정해 놓았고, 기획재정부·국세청과 협의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의 개정도 검토 중”이라며 “추후 시민단체들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금도 상당수 시민단체는 기부금 수입 및 지출 내역을 국세청 홈페이지(홈택스)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총자산 5억원, 총수입 3억원 이상의 시민단체만 사업별 지출 내역 등을 공개하게 돼 있고, 이 기준 밑의 시민단체는 지출 총액만 간단히 기재하는 ‘간편 신고’만 하고 있어 빈틈이 많았다. 이에 행정안전부가 모든 시민단체의 기부금 세부 지출 내역을 기부 통합 관리 시스템에 입력하게 하고 이를 외부에 다 공개하겠다고 인수위에 보고한 것이다.
또 행정안전부는 시민단체가 기부금을 모금하고 지출할 때 전용 계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시민단체의 기부금 모금 한도에 제약을 두는 등의 제재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의 회계 집행 문제를 촉발시킨 2020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 때 이 단체의 전직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고, 전용 계좌의 돈을 개인 계좌로 이체해 사적 용도로 쓴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의 이 같은 보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반영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시민단체의 불법 이익 환수’를 이번 대선 공약으로 걸었었다. 그는 지난 2월 “여권에서 성폭력 사건이 터졌을 때 여성 단체는 침묵했고, 전 국토에 태양광 패널이 깔려도 환경단체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도리어 이익을 챙겼다”면서 “권력과 결탁한 시민단체는 결코 권력을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