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관인(官印)을 위조하거나 서울에 살면서 세종시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미는 등 방법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공급(특공)받은 공무원 116명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 등의 주거 편의를 봐주려 도입된 제도인데, 무자격 공무원들이 이를 악용해 아파트를 샀다는 것이다. 이렇게 산 아파트 가격은 최고 6억원 이상 올랐다.
감사원은 작년 말 국회의 감사 요청에 따라 올 1~3월 세종시 이전 기관 직원들에게 특별공급한 아파트 2만5995호 당첨자들의 자격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등 40개 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 116명이 자격이 없는데도 아파트 특공에 당첨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5일 밝혔다. 이 중 76명은 실제 계약까지 했다.
문체부 소속 직원 4명은 근무지가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산하기관) 등이었지만 세종시 이전 기관인 문체부 명의로 ‘특별공급 대상 확인서’를 끊어 세종시 아파트 특공에 당첨됐다. 고용노동부 파견 공무원 5명과 행정안전부 파견 근무 중이던 경찰관 2명도 원 소속 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아 특공 대상이 아님에도 파견 기관 명의의 확인서를 제출해 당첨됐다. 행안부에 파견 나온 금산군청 공무원은 2018년 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속 기관을 금산군이 아닌 ‘행안부 본부’로 적고, 행안부 장관의 가짜 관인까지 찍은 위조 확인서를 작성·제출해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받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각 정부 부처가 요청이 들어오면 사실상 확인도 없이 특공 대상 확인서를 발급해줬다”고 했다.
농림부 공무원 6명은 이미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받았으면서도 규정을 어겨 또 특공 아파트 청약을 넣었고 중복 당첨이 됐다. 환경부 공무원 6명도 세종시에 보유 주택이 있어 특공 대상이 아닌데도 특공 청약을 넣어 당첨됐다.
특히 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 등 17개 기관 소속 공무원 28명은 입주 예정일 전에 정년 퇴임하게 돼 있어 자격이 없었지만 특공 아파트를 받았다. ‘부정 특공’을 잡아내야 할 국토부 소속 공무원이 ‘부정 특공’을 받은 것이다. 작년 1월 기준, 무자격 공무원들이 분양받은 세종시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분양가 대비 최고 6억2000만원 올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실제 시세 차익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자격이 없는 걸 알면서 특공 아파트를 받은 전·현직 공무원 70명에 대해 아파트 공급 계약 취소 등의 조치를 하라고 국토부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