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서 “개원 이래 최대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붙은 것은 지난 4일 확대 간부 회의 직후부터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그간 감사원 내 여러 악폐(惡弊·나쁜 폐단)에 대한 진상 규명을 시리즈로 해나갈 예정이니 놀라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공공기관 평가 관련 잘못을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악폐’로 규정하고, 관련된 감사원 간부와 직원 5명에 대한 무더기 감찰을 지시한 바 있다. 이런 전(前) 정권 ‘봐주기 감사’ 등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앞으로도 시리즈처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감사원 간부들은 “내가 악폐로 찍히는 것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유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脫)원전 감사를 했다가 좌천됐던 강골 간부다.
유 총장은 또 이 회의에서 “향후 인사에서 감사교육원 공간을 빌려 (국·과장이) 재충전과 성찰을 하도록 할 것이고, 성찰한 순서대로 (감사 부서에) 복귀시킬 것”이라고 했다. 유 총장의 지시에 따라 감사원은 국·과장 100여 명 중 감사·지휘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간부를 최다 30명 재교육할 방침인데, 모호한 ‘성찰 기준’을 통과해야만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간부는 “나가라는 뜻”이라고 했다. 유 총장은 그러면서 “전 간부, 전 직원이 곧 인사가 난다고 보면 된다”며 대규모 인사를 예고했다. 이어 “해야 하는 일인데도 안 하는 것이 제일 나쁘다. 심한 경우 형사벌로 처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감사원 내부에선 “몇 년간 제대로 된 감사 한번 하지 않았던 감사원을 변화시키려면 유 총장의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충격 요법을 넘어 공포 통치 수준”이란 의견이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