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상륙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태풍 여파로 제주도·남해상에 비가 내리고 있고, 5~7일에는 제주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힌남노는 ‘초강력’(최대풍속이 초속 54m 이상) 태풍으로 세력을 유지하면서 대만 타이베이 동남쪽 510㎞ 해상을 지나 남서진하고 있다.

제4호 태풍 에어리(AERE)의 영향으로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태풍특보가 발효 중인 지난 7월 4일 오전 서귀포항 앞바다에 높은 파도가 일고 있다. /뉴스1

힌남노는 1일 오후부터 2일 밤까지 대만 동쪽, 일본 오키나와 주변 남해상에서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태풍은 정체기 때 세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고, 강도의 변화가 진로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2일 밤이 ‘분수령’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힌남노는 정체기 때도 세력이 크게 약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쪽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공기가 힌남노에 열에너지를 계속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힌남노는 2일 밤 정체를 끝내고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를 지날 가능성이 크다. 몇몇 예측모델에선 우리나라 전남 쪽으로 상륙하거나, 정체 후 서진한 뒤 급격히 꺾어 일본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돼 이동경로를 계속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높은 지역을 통과하면 수증기 증발량이 많아 덩치를 키우게 된다. 힌남노는 북상하면서 해수면 온도가 29도 내외로 높은 지역을 통과할 예정이다. 최소 세력을 유지할 만큼은 열 에너지를 계속 공급받으며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1일 낮 12시 20분 천리안위성 2A호에 포착된 제11호 태풍 힌남노(붉은 원).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기상청은 힌남노가 5일 오전 9시 강도가 ‘매우 강’인 상태에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70㎞ 해상을 지나고, 6일 오전 9시 서귀포 동북동쪽 180㎞ 해상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서귀포시 동북동쪽 해상을 지날 때 힌남노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45hPa(헥토파스칼), 초속 45m일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강한데, 2003년 9월 한반도를 휩쓴 태풍 ‘매미’가 우리나라에 영향 줄 때 중심기압이 954.0hPa였다. ‘매미’보다 강한 것이다.

힌남노는 이미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힌남노가 멀리서 보낸 덥고 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1일 오후 제주를 시작으로 비가 오겠다. 2일에는 남해안·남부지방으로 비가 확대되겠다. 힌남노 경로에 따라 3~4일 중부지방에 비가 올 수도 있다.

힌남노가 예상대로 북상한다면 북위 30도 선을 넘어서는 5~7일까지 우리나라에 집중호우가 내리겠다. 해안·산지 등 지형 영향이 있는 곳에선 총강수량이 500㎜를 넘을 수도 있다.

시간당 강수량도 50~100㎜에 달할 수 있다고 기상청은 보고있다. 수도권 물난리가 난 지난달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 때 기상청이 내놨던 예상 강수강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힌남노 예상 경로와 비슷하게 이동했던 2016년 태풍 ‘차바’는 그해 10월 4~5일 제주에 100~400㎜ 비를 뿌렸다. 제주산지엔 비가 600㎜ 이상 왔다. 영남·호남에는 각각 50~380㎜와 30~200㎜ 비가 내렸고, 서울·경기·충청에도 5~40㎜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주변 기압계 등에 의한 변동성이 매우 커 피해 예상 지역에선 힌남노 이동경로를 계속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