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이 낙동강 권역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주장에 대해 각종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반박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이 교수팀 연구결과를 토대로 예년보다 심했던 낙동강 녹조를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4대강 보(洑) 개방을 주장해왔다. 정수(淨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될 가능성이 없는데도 공포감이 확산하자 과학원 측이 이 교수팀 연구결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낸 것이다.

정수장. /뉴스1

6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학원은 “이승준 교수팀이 주장하는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의 검출 값(최대 0.281 ppb)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효소면역분석(ELISA)법’만을 이용한 측정값으로서 신뢰성이 떨어지며, 정확도가 높은 분석법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LC-MS/MS)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ELISA 법은 일부 국가에서 모니터링 용도로는 사용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유럽에선 공식 수질검사 때 신뢰하는 지표로 삼지 않고 있다. 특히 ELISA 법을 수질 모니터링에 쓰는 미국 일부 주(州)에서도 이 검사법을 통해 마이크로시스틴 검출이 확인되면 LC-MS/MS 법으로 재검사를 실시한 뒤 이 결과를 최종 값으로 삼는다.

ELISA 법은 검사결과가 3시간 만에 나와 신속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지고, LC-MS/MS 법은 분석에 3일가량 소요되나 결과 값은 그만큼 정확하다. 장비 비용도 ELISA는 3000만원, LC-MS/MS는 5억원대다. 이 때문에 두 검사법을 코로나 검사에 빗대 ELISA 법은 ‘자가진단키트’, LC-MS/MS 법은 ‘PCR 검사’로 설명하기도 한다.

과학원은 “이승준 교수팀이 ELISA 측정값의 신뢰성을 얻으려면 수돗물에서 검출됐다고 주장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어떤 종(種)인지 특정할 수 있는 다른 측정 결과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LISA 법은 마이크로시스틴의 유무만 판별할 수 있고, 어떤 종인지까진 확인할 수 없다.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검출됐다고 하더라도 방해물질에 의해 값이 뻥튀기 됐을 가능성도 있어 공식 수질검사에선 ELISA 측정값을 신뢰하지 않는다.

과학원은 또 “실험이 이루어진 실험실이 수질검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 ‘실험실 유효성 확인(QA/QC)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식수에 대해 수질검사를 할 때는 ‘먹는 물 수질감시항목 운영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실험 환경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물의 특성상 외부요인에 의해 쉽게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팀 실험실이 먹는 물에 대한 수질검사를 할 자격이 되는지부터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섭 상수도사업본부장이 지난 5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대구 수돗물 조류독소 분석결과'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수돗물에선 마이크로시스틴 등 녹조 독소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구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내용의 검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국내 수돗물 수질관리 때 검사하는 6종의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종이 수돗물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 교수팀 주장에 대해서도 과학원은 “없다” 고 일축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LR, RR, YR 등 3개 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질검사 때 이 3종을 비롯해 총 6종의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사한다. 그런데 이 6종이 아닌 다른 마이크로시스틴이 수돗물에 포함됐을 수 있다고 이 교수팀은 주장해왔다.

과학원은 “ELISA와 LC-MS/MS의 비교 측정값 중 ELISA 측정값이 0.3 ppb 이상인 값 14개를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 3종(LR, RR, YR)의 비율이 평균 99.8%를 차지했다”며 “수돗물에서 검출된 측정값이 이들 외에 다른 종일 수 있다는 이 교수팀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라고 했다. 결국 이 3종이 가축분뇨, 공장폐수, 녹조 등이 뒤섞인 원수(原水)에서 발견될 수 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이란 것이다. 이 3종은 수돗물 수질검사 때 이미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곧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원은 “ELISA 법은 시약의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색도물질의 흡광도를 이용해 분석하기 때문에 방해물질에 의한 오차 가능성이 있다”며 “그 색도물질이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는 반면 LC-MS/MS는 마이크로시스틴을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로시스틴이 없더라도 방해물질에 의해 흡광도에 영향을 주어 마이크로시스틴이 있는 것처럼 값이 측정될 수 있다”며 “따라서 낮은 농도의 ELISA 값은 더욱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팀이 ELISA 법을 통해 검출한 값이 실제 마이크로시스틴인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마이크로시스틴으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환경청(EPA)은 ELISA 법의 최소보고값(MRL·실질적인 정량한계)을 0.3 ppb로 제시하고 있고, ELISA 측정값이 0.3 ppb 이상일 경우 LC-MS/MS 법으로 분석해 확인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원은 “법적으로 규제하는 ‘마이크로시스틴-LR’에 대해 수돗물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4900회의 검사를 했지만 모두 불검출이었다”며 “현재 규제하지 않는 마이크로시스틴-RR 등 8종의 조류 독소도 422건의 수돗물 검사에서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주환 의원은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주장은 광우병 사태처럼 먹는 물 안전에 공포감을 조성해 ‘4대강 보 개방’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던 시도”라며 “거짓 주장으로 선동한 환경단체와 이승준 교수팀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