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낙동강, 금강, 섬진강 유역 5개 댐 인근 주민들에게 총 1486억원을 배상한 2020년 여름철 수해(水害)와 관련,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섬진강에 피해가 집중돼 분쟁 조정금도 가장 많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호우 때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었던 섬진강은 내년에는 최악의 가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돼 섬진강 물을 생활 및 산업 용수로 쓰는 호남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2020년 8월 섬진강 수해 지역 현장. /조선DB

1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장마 여파로 낙동강 합천댐·남강댐, 섬진강 섬진강댐, 금강 용담댐·대청댐 등 총 5개 댐 하류 총 158개 지구에서 홍수가 발생했고,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따라 작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7702명에게 총 1486억원의 환경분쟁 조정금이 지급됐다.

전체 배상액의 74%에 달하는 1102억원은 섬진강에서 발생했다. 반면 4대강 사업에 따라 강바닥 준설과 제방 확충으로 홍수 예방이 돼있던 낙동강·금강 본류에선 피해가 거의 없었다. 두 강에서 발생한 피해는 본류에서 물줄기가 뻗어나간 지류(支流)에서 주로 발생했고, 피해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금강 용담댐·대청댐이 각각 226억3000만원과 1억2000만원, 낙동강 합천댐·남강댐이 각각 109억7000만원과 6억5000만원이었다.

재작년 장마는 6월 24일 시작해 남부지방은 7월 31일, 중부지방은 8월 16일에 끝나, 역대 최장 기간으로 기록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섬진강의 경우 장마가 끝나고 8월 7~8일 이틀간 305.8㎜의 집중호우가 한 차례 더 쏟아졌지만, 이 기간 5개 댐 인근에 내린 비의 총량은 비슷했다. 기상청 자동관측장비(AWS)에 기록된 강수량을 보면 장마 기간 낙동강 643~712㎜, 섬진강 565.2㎜, 금강 514~865㎜였다.

재작년과는 반대로, 올해 섬진강 물줄기를 생활용수와 농·공업용수로 쓰는 호남 지역에는 강수량이 적어 비상이 걸렸다. 섬진강은 물 그릇 자체도 작은 데다 낙동강처럼 여러 개의 보가 물을 효율적으로 붙잡는 시스템이 없어 강수량이 적으면 용수 확보가 어려운 구조다. 환경부는 이대로 남부지방 가뭄이 지속될 경우 내년 3월쯤 섬진강 유역 등에 긴급 단수 조치 등 최악의 물 부족 피해가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4대강 사업’ 여부에 따라 수해 피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을 준설해 ‘물 그릇’의 크기를 넓히고 ▲제방을 쌓아 올려 홍수를 예방하며 ▲보(洑)를 설치해 물을 가둬 가뭄을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강바닥을 파내 강의 ‘용량’을 키우는 작업은 홍수·가뭄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로 기록적 폭우와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이 홍수·가뭄을 예방하는 최선의 수단인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