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권역 수돗물에서 독성 물질인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대구MBC 주장이 허위로 최종 확인됐다. 이로써 고도정수처리를 거친 정수(淨水)에서 간독성을 일으키는 남세균 등이 나왔다는 논란은 일단락됐다. 대구MBC가 이 논란에 불을 붙인지 약 5개월 만이다.
이번 발표는 대구MBC, 대구상수도본부, 국립환경과학원이 모두 참여한 공동조사 결과다. ‘수돗물 남세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 한 가정집에서 연두색 물질이 나온 수돗물 필터를 회수, 이를 3등분 해 세 기관이 각각 검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종합해 발표한 것이다. 결국 독성을 지닌 ‘살아있는 남세균’은 발견되지 않았다.
5일 환경부에 따르면, 해당 수돗물 필터에서 나온 연두색 물질은 무해성 물질인 ‘코코믹사’(coccomyxa)로 확인됐다. 이번 공동조사에서 대구MBC는 경북대 신재호 교수에 의뢰해 ‘유전자 검사법’을, 대구상수도본부는 공인시험방법인 ‘현미경 관찰법’을 사용했다. 환경과학원은 ‘유전자 검사법’과 ‘현미경 관찰법’을 모두 사용했다.
먼저 ‘현미경 분석’은 국립환경과학원 고시인 ‘수질오염 공정시험기준’에 따라 형태학적 분석으로 실시됐다. 환경부는 “필터에 끼어있던 연두색 물질을 분석해보니 전체적인 모양은 ‘타원형’ 또는 ‘구형’이었고 길이는 4~8㎛(마이크로미터) 내외, 폭은 2~4 ㎛ 내외로 측정됐다”며 “또 세포 내부에 엽록체가 관찰되는 등 형태학적으로 녹조류인 코코믹사와 매우 유사했다”고 했다.
반면 수돗물 필터와 수돗물 시료에 대한 현미경 분석에서 마이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 등 유해 남세균은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원의 현미경 사진은 “남세균은 현미경으로 관찰되지 않고 ‘점’으로만 보인다”던 그간의 대구MBC 주장과 배치된다. 대구MBC는 신재호 교수의 말을 인용, 현미경 관찰법을 통한 조류 분석은 점으로 밖에 관찰이 안돼 유전자 검사법이 더 정확하다는 취지의 보도를 해왔다. 그러나 과학원이 촬영한 현미경 사진에선 조류의 형태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다음으로 ‘유전자 분석’에선 대구MBC가 분석을 맡긴 경북대 신재호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한 가지를, 환경과학원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과 ‘염기서열(RNA) 분석’ 두 가지를 실시했다. 염기서열 분석은 대구MBC가 부경대 이승준 교수에게 맡겼던 분석법이다.
염기서열 분석에선 코코믹사 계열과 유전자가 99.66% 일치했다. 염기서열 분석이란 시료에서 어떤 유전자 종(種)이 순서대로 많이 발견됐는지 내림차순으로 나열해보는 것이다. 환경부는 “필터의 녹색물질이 현미경에서 관찰된 코코믹사와 같은지 동정(同定·검사 물질이 다른 물질과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한 결과, 코코믹사를 포함한 무해성 조류 4가지 물질과 99.66%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에선 녹조류 DNA가 68.4~99.4%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남세균 DNA는 소량 검출(0.1~5.3%) 됐으나, 분석법 한계상 ‘살아있는 남세균’으로 특정할 근거가 없었다. 환경부는 “국내‧외 수돗물에서 죽은 세포에 의한 남세균 DNA는 흔히 발견되며 독성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정수 과정에서 죽은 남세균 세포의 DNA가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 필터에서 연두색 물질이 발생한 이유는 가정 내 수돗물 필터에서 조류 생장 요건이 갖춰지면서 자체 발생·생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자연 환경에서 존재하는 녹조류 씨앗이 필터에 들어가 햇빛, 온도 등 생장 조건과 맞으면서 발아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구MBC가 시료를 맡긴 경북대 신재호 교수도 의견을 같이 했다.
실제로 시료를 채취한 가정으로 유입되는 아파트 저수조와 수돗물에선 녹조류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같은 가정 내에서도 화장실 필터에선 발생하지 않고 햇빛이 잘 들어 녹조류 생장요건이 잘 갖춰진 주방 필터에서만 연두색 물질이 발생했다.
공동조사에 참여한 경북대 신재호 교수는 지난 1일 대구MBC, 대구시, 환경과학원과 함께 가진 조사결과 검토회의에 참석해 ‘수돗물필터에서 검출된 녹조류 등 미생물군집은 수돗물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고 가정용 필터 위생관리에서 기인된 문제로 추정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수돗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김동진 원장은 “마이크로시스틴-LR을 먹는물 감시 항목으로 지정한 이후 2014년부터 대구 등 전국의 정수장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LR을 4900여건 조사한 결과 모두 불검출됐고, 현재 규제하지 않는 마이크로시스틴-RR 등 8종의 조류독소도 2017년부터 422건 조사한 결과에서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