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예년보다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평양 감시구역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 현상이 11~12월 전성기를 맞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수증기가 활발하게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여름 폭우에 이어 겨울 폭설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남부 지방 폭설이 우려된다.
기상청은 19일 올겨울부터 예상 적설량과 함께 ‘눈 무게’를 처음 예보한다고 밝혔다. 전북 일부 지역부터 실시해 전국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습기가 많아 무거운 눈이 지붕 등에 쌓이면 각종 붕괴 사고를 일으킨다. 기상청은 작년 12월 전북 순창군이 11년 만의 대설로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면서 ‘눈 무게’ 예보를 준비했다. 당시 순창군 쌍치면에는 나흘간 63.7cm의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이 무너졌다. 기상청은 지난 5월부터 농촌진흥청과 함께 전북권에 쏟아진 폭설 사례를 분석하며 눈 무게 예보를 준비해왔다.
눈은 물기를 머금은 정도에 따라 습설(濕雪)과 건설(乾雪) 등으로 분류된다. 축축한 습설은 잘 뭉쳐지고 무거운 반면 마른 건설은 잘 흩어지고 가볍다. 같은 양의 눈이 내려도 습설이 건설보다 최대 5배 이상 많이 쌓일 수 있다고 한다. 기상청 실험에서 100㎡(약 30.25평) 면적 기준으로 5cm의 눈이 쌓일 때 습설은 600kg, 건설은 200~300kg으로 나타났다.
무거운 눈은 농가에 큰 피해를 준다. 비닐하우스는 ‘30년에 한 번 내릴 최대 적설량’이 설계 기준(통상 40cm)이지만, 내리는 눈의 종류에 따라 쌓이는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기준보다 적은 양이 내려도 무너질 수 있다. ‘눈 무게’가 빠진 적설량 예보만으로는 붕괴 피해를 사전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자연재해 피해액 중 눈과 관련한 피해액은 연평균 923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16.2%를 차지했다.
기상청은 올해 전국 예보관이 참여하는 ‘예보 기술 발표 대회’의 지정 과제로 ‘눈 무게 측정’을 선정했다. 이달 초 열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수도권기상청은 2005년부터 작년까지 18년간 수도권 대설 사례를 연구해 ‘구름 내부 온도’에 따라 눈의 결정과 무게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름 내부 온도가 영하 20~10도이면 부피에 비해 물의 양이 적은 ‘건설’이 만들어진다. 반면 영하 10~0도 환경에선 얼음보다 물이 풍부해 습기를 머금은 ‘습설’이 형성된다고 한다. 신현식 예보관은 “눈구름을 만드는 고도별 대기 온도를 감안해 눈 입자 모양을 예상하면 (폭설로) 농·축산 시설물이 입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기상청은 눈의 무게를 ‘가벼운 눈’ ‘평균적 눈’ ‘무거운 눈’ 등 3단계로 구분해 예보할 예정이다. 예상 적설량이 비닐하우스 설계 기준인 40cm에 미치지 못해도 ‘무거운 눈’으로 예보되면 눈 오는 중간중간에 비닐하우스 등에 쌓은 눈을 털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눈 입자 형태와 무게를 예상할 수 있으면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설 방식’도 효과적으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습설이면 녹이거나 밀어내고, 건설이면 강한 바람으로 불어내야 눈을 빠르게 치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