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개막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환경운동가들이 영국 BBC 방송국 인근에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산업화로 앞선 선진국이 기후 재앙을 겪는 개발도상국에 금전적 보상을 하는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공식 출범했다. 개발도상국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적은 데도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에서 선진국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의장국인 UAE의 술탄 알자베르 의장은 “오늘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기후 피해 기금의 출범을 알렸다. 이 기금은 기후 재앙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개도국 지원을 위해 1990년대부터 논의됐지만 선진국들의 미온적 태도에 제자리걸음을 했다.

기금은 총 4억5000만달러(약 5875억원)가 모였다. 유럽연합(EU)이 1억4500만달러, UAE와 독일이 각각 1억달러를 내기로 했다. 미국(1750만달러)과 영국(7580만달러), 일본(1000만달러)도 출연을 약속했다. 한국은 세계 9위의 탄소 배출국인 만큼 ‘기금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아직 관련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한국 대표단은 12일까지 총회에 참석한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영국에서 열린 COP26에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과 비교해 40% 줄이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공표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40% 감축 목표’는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감축 방안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한번 설정한 NDC는 후퇴할 수 없다는 파리협정의 규정 때문에 전임 정부의 약속은 우리 산업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 기금’에 한국도 거액을 출연하라는 국제사회 압박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COP는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을 결정하는 자리다. 1997년 ‘교토 의정서’에서 이산화탄소 등 여섯 가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국가에 대해 비관세 장벽을 쌓자고 결의하고,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내용 등이 모두 COP에서 결정됐다. 이날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10월까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4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5년 파리협정의 목표치인 1.5도까지 0.1도만 남은 것이다. 이번 COP는 ‘파리협정’에서 협의한 탄소 감축에 대한 전 지구적 성적표를 처음 공개한다. 낙제점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COP가 주목받는 것은 기후 변화의 속도와 폭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폭염과 집중 호우, 초강력 태풍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했다. 희생자들은 주로 개도국 국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날 “작년 말라리아 발병이 2억4900만 건을 기록한 것은 기후 변화 영향이 컸다”고 했다. 올해 COP28 선언문은 ‘화석 연료 억제’와 ‘청정에너지 전환’ 등 강력한 탈(脫)탄소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이날 총회에서 “우리가 화석 연료 시대에 종말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화석 연료의 완전한 ‘단계적 폐기’가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속도가 빠르고 미국·중국 등 주요국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기후 협약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COP(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참여국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회원국 197국과 유럽연합(EU) 등 198개 당사국으로 구성된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 협정’ 등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굵직한 결정이 이뤄졌다. 올해는 UAE 두바이에서 열리며 제28차 총회라 ‘COP28′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