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96.5%가 도로에서 발생한다. 어떻게 하면 도로를 좀 더 친환경적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고속도로 인프라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저탄소 공법을 활용한 도로 건설, 친환경 에너지 충전 인프라 구축, 생태 환경 조성 등 다양한 탄소 중립 사업에 나서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 친환경 건설 자재인 유리섬유강화복합체(GFRP)를 도로 건설에 활용할 방안을 마련했다. GFRP는 유리 섬유와 폴리머를 결합해 만든 복합 재료로, 도로이나 교량을 지을 때 사용하는 철근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다. 고강도, 저중량, 절연성 등 특징이 있고 부식에 강해 철근을 대체할 수 있지만, 탄소 배출량이 철근의 35% 수준으로 매우 낮다.
GFRP는 국가 건설 기준이 없어 확대 적용하기 어려웠지만, 공사의 노력으로 적용 기반이 마련됐다. 공사는 교량 바닥판, 방호벽 등에 시험 시공을 하고 교각 성능 실험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안정성에 대한 검증 과정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국가 건설 기준이 제정돼 GFRP가 실제 건설 현장에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었다.
공사는 대산-당진 고속도로 등 여섯 노선 설계에 GFRP를 적용해 이산화탄소환산톤(tonCO2eq) 3만1402톤의 탄소 감축 효과를 거뒀다. 앞으로 계양-강화 고속도로 등 노선에도 GFRP를 반영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도로 위 곳곳에 있는 휴게 시설도 친환경적으로 바꿔나간다. 작년부터 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244곳에 있는 졸음 쉼터에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하고 있다. 쉼터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따로 에너지를 쓰지 않는 ‘에너지 자립형’ 쉼터다.
공사는 졸음 쉼터에 태양광 패널을 활용해 수면 주차 구역을 설치했다. 밝은 낮에는 이용자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이 되고, 위에 설치된 패널에선 하루 36kWh의 에너지를 생산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다. 졸음 쉼터에서 하루 소비하는 전기량 30kWh보다 많은 에너지가 생산돼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달성했다. 남는 전력은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있다.
공사는 작년에 이런 졸음 쉼터를 4곳 시범 설치, 운영해 탄소 24톤을 감축했다. 공사 측은 “새로 짓거나 이용률이 높은 곳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형 쉼터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산림청 등과 함께 고속도로 인접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도시 숲도 조성하고 있다. 나들목, 분기점 등 기존 대형 녹지대에 숲을 조성해 탄소 흡수는 물론, 미세 먼지를 차단하고 지역 주민의 휴식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경북 김천시 등 지방자치단체 8곳이 참여해 10곳에 편백나무, 소나무 등 총 12만그루를 심었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환경대상(생태 복원 분야)도 받았다.
이 밖에도 종전 대비 전력량이 22% 절감되는 고효율 스마트 가로등 전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전체 가로등의 18%를 고효율로 전환해 탄소 835톤을 감축했다. 올해에도 고속도로 구간에서 스마트 가로등을 늘려갈 계획이다.
2022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를 대상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 사업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휴게소를 대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연계한 에너지 컨설팅을 하고 시설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