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남구 호동 쓰레기매립장./뉴스1

쓰레기 매립이 끝나면 일괄적으로 30년간 토지 이용을 제한해 온 폐기물관리법을 환경부가 33년 만에 손보기로 했다. 앞으로는 묻은 쓰레기 종류, 지반 침하나 침출수 발생 우려 등을 판단해 매립장마다 사후 관리 기간을 다르게 적용할 전망이다. 사후 관리 기간이 끝나면 일반 토지로 전환되기 때문에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그래픽=박상훈

환경부는 전국 공공·민간 매립장에 적용 중인 ‘사후 관리 30년’ 규제를 ‘매립장별 사후 관리’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2026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전국에서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소각재만 매립장에 묻을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사후 관리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이 법은 인천 수도권 매립지가 생기기 1년 전인 1991년 만들었다. 당시에는 ‘20년 사후 관리’였다. 쓰레기가 땅속에서 다 분해되는 데 20년 정도 걸린다는 미국 연구 자료가 근거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20년이 지난 2011년에도 수도권 매립지에서는 침출수가 나왔다. 가정에서 나온 생활 폐기물뿐 아니라 현재 지정 폐기물로 따로 관리하는 폐기물까지 당시에 무분별하게 들어가면서 환경오염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했던 것이다. 환경부는 ‘30년 사후 관리’로 기간을 10년 늘렸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반면 소각했거나 타지 않는 쓰레기만 묻는 민간 매립장은 땅이 꺼지거나 유독 물질이 나올 일이 없는데도 30년 규제에 묶여 빈 땅으로 방치됐다. 30년 이상 관리가 필요한 매립장도 있지만, 반대로 사후 관리가 금방 끝나는 매립장도 있는데 이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법으로 ‘30년’이라는 기간을 명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매립장별로 사후 관리 기간을 다르게 적용해 환경오염 우려가 일찍 해소되는 매립장은 사후 관리 의무에서도 일찍 벗어나게 해 토지 활용 폭을 넓혀주고, 오염이 심하면 30년이 지나도 계속 관리하겠다는 것이 환경부 계획이다.

용량이 꽉 차 사용이 종료된 인천 수도권매립지 1매립장을 골프장으로 조성한 모습. /조선DB

환경부는 매립 용량이 꽉 찬 ‘종료 매립장’에 태양광을 깔아 재생에너지를 바로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특히 산업단지 내 종료 매립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매립장 사후 관리 기간은 토지 이용이 태양광 시설, 공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산업 폐기물을 처리하는 민간 매립장은 산단 안에 있는 경우가 많고 공장과 가깝기 때문에 이곳에 태양광 시설을 깔면 송전선 설치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전기를 보낼 수 있다. 태양광은 설치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전기를 보낼 송전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산단 안에서 생산·소비가 이뤄지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은 2016년 환경성이 종료 매립장 부지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에게 태양광 사업을 권고하고 설치비 등을 지원했다. 현재 전국 산업·공업단지 내 민간 종료 매립장 면적은 약 127만㎡다. 축구장(7100㎡) 179면만큼 재생에너지 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단 내 종료 매립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산단 내 매립장은 골프장 등 상업 시설을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에 사후 관리 종료 이후에도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입주 기업에 공급할 수 있도록 권장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산단이 아니라 주거지 주변에 있는 종료 매립장은 사후 관리 기간에 파크 골프장 등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열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안전성 검토만 통과하면 물류 시설 등을 지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 공공·민간 종료 매립장 면적은 여의도(290만㎡) 3배 규모인 946만161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