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내 건설 현장에서 허상렬 현장소장이 ‘35.2도’가 찍힌 온도계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각 옥상 등 일부 공사 현장에선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갔다. /김윤주 기자

14일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내 건설 현장. 이곳에 도착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옷은 땀으로 흠뻑 젖고 휴대전화는 폭발할 것처럼 뜨거워졌다. 휴대전화에 뜬 기온 정보는 31.6도. 실제 온도계로 측정해보니 35도를 넘었다. 정부는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으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야외 작업을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오전에 이미 기준치를 넘어선 것이다. 허상렬 현장소장은 “공사 현장에서도 가장 더운 옥상은 시간대를 새벽 5시부터 오후 1시로 앞당겨서 작업하고 있다”며 “요즘은 오전에도 30도를 넘을 때가 많아 보건 담당자가 돌아다니면서 직원들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5시에는 야외 작업을 멈추도록 권고하지만, 건물 맨 위층에서 하는 시멘트 타설은 중단할 수 없다. 시멘트는 공장에서 나온 순간부터 굳기 시작해 품질을 유지하려면 단시간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 또 철근을 조립하고 용접하기 위해 20명 정도는 뜨거운 옥상에 머무른다. 현장 곳곳에 설치한 휴게실은 잠시라도 에어컨 바람을 맞으려는 인부들로 가득했다. 실내여서 기온이 24도까지 떨어지는 지하 작업장은 간이 의자 수십 개를 두고 휴게소로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사 중인 건물 지하라 바닥에서 물이 올라오고 습해 오래 쉬지는 못한다고 한다.

광복절인 15일도 전국이 절절 끓었다. 강원 동해안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고, 체감 온도가 37도까지 오르는 곳도 있었다. 경기 안성에선 일 최고 체감 온도가 37.6도까지 올랐고, 다른 지역도 서울 34.7도, 파주 37.2도, 강원 홍천 36.3도, 전남 완도 36.6도 등을 기록했다. 14일까지 전국 폭염 일수는 16.8일로 평년(7.9일)의 두 배가 넘었다. 8월 평균기온은 28.5도로 평년(26.1)보다 2.4도나 높았다.

열대야가 이어진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여름밤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서울의 열대야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26일째 이어지면서 2018년과 같이 역대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했다. /뉴스1

밤에는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선 7월 25일 이후 이날 오전까지 21일째 열대야가 지속돼 역대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1994년과 2018년의 최장 열대야 기록과 동률을 기록했다. 부산 지역은 19일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보돼 새로운 기록을 쓸 가능성이 높다. 서울에서도 25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어 16일 오전에는 역대 최장 기록인 2018년(26일)과 동률을 이룰 전망이다. 서울도 당분간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기후 측정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8년 중 가장 긴 열대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여름 더위는 광복절(8월 15일)을 기점으로 꺾이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광복절 이후로도 최소 열흘은 폭염과 열대야가 유지될 전망이다.

16일도 전국 낮 최고기온이 30~35도로 무더울 전망이다. 수도권, 충남, 전라권은 5~60㎜, 강원도, 충북, 경상권은 5~40㎜의 소나기가 예보됐다. 비가 그친 뒤엔 다시 기온이 올라 찜통더위가 이어진다. 17일에도 무더운 가운데 전국 곳곳에 5~40㎜가량 소나기가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높은 기온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뜨거운 동풍 때문에 서울 등 서쪽 지역 기온이 더 많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지난 13일까지 전국에서 22명이 숨졌고, 250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야외 작업장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자가 778명(31.1%)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정부도 비상이다. 고용부는 올해 이동식 에어컨, 그늘막 등 냉방 시설 설치 지원에 120억원을 투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열악한 건설 현장은 선풍기 몇 대로 더위를 버티는 곳도 있다”며 “폭염 취약 사업장인 공사장, 택배 물류센터 등에는 야외 휴게 공간에도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