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파리협정 탈퇴’라는 전례가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11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막을 올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COP29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기후재원 조성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내년 초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미국이 발을 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OP29의 핵심 의제로는 2025년 이후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적응에 필요한 선진국의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설정이 꼽힌다. 기후위기를 촉발한 선진국이 개도국을 위해 재원을 얼마나, 어떻게 조성할 지 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후재원 마련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이다. 올 총회까지는 바이든 정부가 미국을 대표해 협상에 참여한다. 바이든은 취임과 함께 트럼프 정부에서 탈퇴했던 파리협정의 복귀를 선언했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힘을 실었고 화석연료와의 결별에 적극적이었다. 이번 기후재원 협상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렇게 합의된 내용들은 새로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곧장 무용지물이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를 ‘사기’로 규정해왔다. 이번 선거 기간에도 화석연료인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또 다시 파리협약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 COP29의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김이 빠지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국제 싱크탱크 ECCO의 기후 외교 전략가인 알렉스 스콧은 “선출된 트럼프 행정부는 바쿠 회담에 큰 그림자로 드리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역할과 별개로 우리나라는 COP29에서 기후재원 마련에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상 공여 의무는 없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재원 조성에 더 기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이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 것도 압박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환경부 측도 “구체적인 재원 조성 목표치나 구조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