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평년보다 더운 가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겨울도 기온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바다’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기압’ 때문으로 분석된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포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별로는 기온이 평년(1991~2020년·30년 평균)보다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12월은 70%, 내년 1월은 80%, 2월은 80%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에 가입된 13국의 수치 예보 모델 전망치 549개를 평균했을 때도 해당 3개월 기온이 모두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4∼60%로 우세했다고 밝혔다.

올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 북서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높기 때문이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북서태평양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열에너지가 늘면서 우리나라 주변에 고기압이 발달한다. 고기압은 한겨울 우리나라에 찬 바람을 몰고 오는 대륙 한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온이 상대적으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런 상황이 올 12월에 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북대서양·인도양 해수면 온도도 높아 동아시아와 우리나라 주변에 고기압을 발달시키는 요건이 두루 갖춰진 상태다.

현재 적도 상공 약 25㎞ 부분에 서풍(西風)이 강한 것도 올겨울 기온이 낮지 않을 것으로 기상청이 보는 요인 중 하나다. 이 경우 열대 지역의 대류 활동이 감소해 고위도 제트기류가 강화된다. 제트기류는 북극 찬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는 방벽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찬 바람을 막아주는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포근한 겨울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올가을도 고기압 영향으로 ‘더운 가을’이 찾아왔다. 올해 우리나라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권에 자주 놓이면서 늦가을인 11월 중순까지도 전국적으로 초가을에 가까운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한반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는 이동성 고기압이 자주 발달하며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바람을 막아줬다. 올가을 단풍이 평년보다 늦은 것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섭씨 5도 아래로 기온이 여러 번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인성

서울의 경우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평균 기온은 11.5도, 평균 최고기온은 17도, 평균 최저기온은 7.2도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1월 평균 기온(6.8도)과 평균 최고기온(11.5도), 평균 최저기온(2.9도)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을비가 여름 수준으로 많이 내려 피해 지역도 발생했다. 콩 수확을 앞둔 이달 1일 제주도에선 238.4㎜의 비가 쏟아지면서 이 지점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기록으로는 101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NH농협손해보험 제주총국에서 받은 콩 관련 농작물 피해 접수 건수는 800여 건에 이른다. 이 여파로 제주농협도 올해산 제주 콩 수매 예상량을 전년보다 22.3% 감소한 4352t으로 보고 있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시기가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어지면서 전국 관광지에선 ‘낙엽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길로 유명한 강원 춘천의 남이섬이 대표적이다. 남이섬은 2006년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은행잎을 20t 정도 가져와서 은행나무 산책로를 꾸미고 있다. 남이섬의 은행잎만으로는 풍성한 산책로가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남이섬 자체 은행잎 양이 평소보다 더 적어 산책로 조성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편, 이번 주도 예년보다 포근한 늦가을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월요일인 25일까지는 출근길이 춥다가 26일에는 다시 초가을 수준으로 아침 수은주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도에서 영상 10도, 낮 최고기온은 13~19도로 예보됐다. 26일에는 최저 7~14도, 최고 8~17도로 아침 기온이 10도가량 크게 오르겠다.

26일에는 비구름대를 동반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가을비가 내리겠다. 비는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선 26일 오전에 대부분 그치겠으나, 중부 지방은 밤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26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도·충청권 10~40㎜, 호남권·영남권 10~60㎜, 제주도 20~80㎜로 예보됐다. 강원 산지에선 1~3㎝의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 27~28일 기압골이 한반도를 통과하며 전국에 비나 눈이 내리겠고, 29~30일에는 충청·전라권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나 눈이 예고됐다. 12월에 들어서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내달 1~4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 수준까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