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 사고 당시 엔진이 꺼진 후 보조 동력 장치(APU) 역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체 제작사인 보잉사 매뉴얼은 ‘엔진 2개가 추력을 상실했을 경우, 가능하면 APU를 작동시켜라’라고 돼 있다. 다만 “절차대로 매뉴얼을 따르기 어려운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공항 활주로 바깥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해 폭발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약 4분 전인 오전 8시 58분 50초쯤 블랙박스 작동이 멈췄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엔진과 연결된 발전기 2개뿐 아니라, APU 역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박스뿐 아니라 ADS-B(항공기 위치 탐지 시스템) 등 다른 장치도 비슷한 시간에 모두 작동이 멈췄기 때문이다. APU는 엔진 발전기처럼 전원을 공급하기 때문에, APU가 작동했다면 블랙박스 등 다른 장치들이 작동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객기에 전원이 끊기며 항공기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보조 날개(에일러론), 승강타(엘리베이터) 등의 유압 작동도 멈췄을 수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전원이 끊기면 유압 펌프가 멈추며 조종간을 움직이기 어려워진다”며 “조종사 두 사람이 꽉 잡아야만 방향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조종간이 뻑뻑해진다”고 했다.

사고 기종인 보잉 737 조종사 매뉴얼(QRH)은 엔진 2개가 모두 추력을 상실했을 경우 ‘APU가 사용 가능하다면 시동하라’고 돼 있다. 또 ‘APU를 켜기 전 엔진이 다시 제대로 켜지는 것을 기다리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엔진이 다시 작동하는지와 상관없이 APU를 켜라는 취지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APU가 작동됐으면 전원이 다시 들어왔을 것”이라며 “APU 작동 전까지 다른 절차도 많고, 워낙 긴급한 상황이라 APU를 작동 못 시킨 것 같다”고 했다.

조종사 출신의 항공 전문가는 “워낙 낮은 고도였고 비행기를 어떻게든 땅에 내리는 것이 조종사들의 최우선 과제였을 것”이라며 “시간적, 정신적 압박이 심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전국 13개 공항의 항행 안전 시설 특별 점검 조사 결과, 광주·여수·포항경주·무안 등 4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과 김해·사천·제주공항의 콘크리트 기초 및 H형 철골 구조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 로컬라이저 개선 방안을 마련해 연내 개선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