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참사는 너무나 참혹하거니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이없는 일이다. 지난 30여 년간 항공 참사의 대부분은 테러나 조종사의 정신병 등에 기인한 것이었으며 항공기나 공항의 기술적인 문제에 의한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런 점에서 무안공항 참사는 항공 안전에 새로이 제기된 허점이자 한국의 안전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고 할 만하다.

무안공항에서의 이번 참사는 이 공항이 기대에 비해 너무 적은 항공편만이 취항하고 있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공항이 좀 더 활성화되었다면 새 떼에 대한 대응이나 관제 역량, 활주로의 안전시설 등이 보다 세밀하게 관리되었을 것이다.

무안국제공항은 당초 호남의 국제 관문공항으로 건설되었다. 연간 예상 수송인원은 8백여 만 명이었다. 그런데 개항 이후 이 공항의 연 수송 인원은 30만 명 내외로 예상치의 4%에 불과했다. 그간 이 국제공항은 정기노선이 취항하지 않다가 불과 한 달 전에 신설되었는데 그것이 참사를 일으켰다.

말하자면 무안국제공항은 호남의 관문이 전혀 되지 못했고 향후에도 그럴 가망성이 거의 없다. 이 공항은 매년 막대한 운영 적자를 기록해 왔다. 무안국제공항은 호남의 관문이 아니라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공항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입지에 기인한다. 무안국제공항은 광주와 목포의 항공 수요를 통합한 지역 중심공항으로 계획되었지만, 정작 광주 시민과 목포 시민들은 이 공항을 외면해 왔다. 이 공항은 주 고객인 광주 시민 그리고 목포 시민들로부터 너무 멀리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광주와 목포를 찾는 방문객에게도 매우 불편하다.

무안공항의 입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광주 시민들의 경우 광주시청에서 광주공항을 왕복하는데 택시비가 1만4000원 들지만 광주시청에서 무안공항을 오가는 데는 12만원이 넘는 요금을 내야 한다. 그 차이가 무려 9배이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왕복 통행시간이 1시간과 4시간으로 4배 차이가 난다. 왜 광주 시민들은 가까운 공항을 두고 머나먼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걸까.

이 점은 목포도 마찬가지다. 목포 시청에서 구 목포공항까지 택시로 왕복하는데 3만 8000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무안국제공항을 오가는데는 8만 원이 필요하다.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왕복 통행시간이 2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서울에서 목포를 방문한다고 할 때, 구 목포공항을 통한다면 항공편 이용을 고려할만 하지만 무안공항을 통해 목포로 가려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KTX나 고속버스가 훨씬 빠르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강릉과 속초 사이에 건설된 양양국제공항이 대표적이다. 양양공항은 무안공항과 거의 똑같이 두 도시 사이에 지역 관문공항으로 계획되었는데 두 도시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역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일본 도쿄의 나리타공항과 관서 지방의 간사이공항도 배후 도시로부터 거리가 먼 탓에 도시민들과 방문객들로부터 원성이 높다. 항공 시간보다 공항에서 도시로 접근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 영국 런던 등에는 시가지 안에 다수의 공항이 위치하고 있는 바, 이 공항들은 도시민에게 편리한 관문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안공항, 양양공항, 근래에는 가덕도공항, 대구신공항에 이르기까지 지역 관문공항 건설론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지역 발전을 위해 대규모 공항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그럴듯한 명분은 자기 희생을 포함하고 있어 자못 비장한 느낌마저 주지만 이용객들에게 편리하지 않은 공항은 성공할 수 없다. 지역 관문공항의 성공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관문공항을 이용해야 한다는 발상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현재도 무안국제공항은 활주로를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버스 승객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스터미널을 증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터미널을 더 크게 짓는다고 부족한 버스 노선과 승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무안공항은 군용공항이나 훈련공항으로 활용하거나 산업단지로 전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호남의 관문공항으로서 적합한 위치가 아닐 뿐더러 이 애물단지 때문에 호남 도시들의 국제화가 크게 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광주공항을 확충하고 국제공항 기능을 회복하여 호남의 관문공항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광주와 호남지역의 국제화를 앞당기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구 목포공항의 활주로를 연장하고 시설을 현대화하여 이 공항을 목포와 전남 남서지역의 관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목포 시민들은 시가지 인근에 위치한 여수공항의 이용객수가 국내선만으로도 무안공항의 2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정치적 선동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냉철한 과학적 인식 위에 교통망 구축사업과 지역발전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권오혁 국립부경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