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양쪽 엔진에서 철새인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25일 첫 현장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공항 감시카메라(CCTV)에서 사고기가 복행(착지하지 않고 고도와 속도를 높이는 것)하던 중 새 떼와 접촉하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창오리는 몸과 날개 길이가 각각 40㎝·21㎝ 정도인 겨울 철새다. 주로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해 우리나라와 일본·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는데, 보통 수백~수천 마리가 함께 날며 ‘군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이다. 다만 가창오리 외에 다른 새들도 사고기와 부딪혔는지, 총 몇 마리와 충돌했는지 등에 대해선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사조위는 설명했다.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4분 무안공항 관제탑과 교신을 시작해 착륙 허가를 받았다. 3분 후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조종사들은 오전 8시 58분 11초에 ‘항공기 아래쪽에 조류가 있다’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40여 초 뒤인 8시 58분 50초에 항공기 블랙박스인 비행 기록 장치(FDR),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의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조종사들은 착륙을 포기한 채 복행을 시작했고, 곧이어 오전 8시 58분 56초에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블랙박스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에 사조위가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을 통해 추정한 시간이다. 이후 사고기는 약 4분간 활주로 좌측 상공을 비행하다가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한 채 처음 착륙을 시도했던 방향 반대로 동체 착륙을 했다. 이어 항공기는 오전 9시 2분 57초에 활주로 바깥에 있는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사조위 측은 “세부 분석과 검증에 추가적으로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무안공항 인근 조류 활동이 사고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