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100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위치 추적이 가능한 반달가슴곰은 지금도 채 절반이 되지 않아 곰이 겨울잠에서 깨는 봄을 앞두고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반달가슴곰은 지리산과 덕유산에 각각 90마리, 3마리씩 총 93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위치 추적이 안 되는 곰은 총 54마리(58%)다. 10마리 중 6마리는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다.
위치 추적기가 부착된 반달가슴곰 중 두 마리는 겨울잠에서 잠시 깨 활동하다가 다시 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곰은 주로 굴에서 겨울잠을 자는데, ‘얕은 잠’이라서 환경 변화에 따라 자고 깨고를 반복한다. 특히 뱃속에 새끼를 품은 암컷은 동면 기간 중 출산해 잠과 육아를 병행한다. 이에 움직임이 확인된 두 마리 곰은 새끼를 낳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곰은 보통 한 번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당초 2020년까지 50마리가 목표였으나 2018년 이미 56마리까지 늘어났다. 지리산 내 먹이 자원과 서식 위협 요인 등을 고려한 반달가슴곰 개체 수는 적정선이 64마리, 최대 78마리다. 이미 포화 상태라 반달가슴곰은 지리산 인근 덕유산·가야산 일대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종 복원을 위해 인간 손에서 길러져 야생으로 간 1세대 곰과 ‘번식의 열쇠’였던 2세대 곰까지는 위치 추적을 통해 관리를 해왔으나, 이후 자연에서 태어난 3·4세대 곰은 위치 추적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반달가슴곰이 늘어나면서 환경부는 복원 방향을 ‘번식’에서 ‘서식지 관리’로 전환한 상태다. 번식에 더 이상 인위적 개입 없이 곰 서식지가 어디까지 넓어졌는지 파악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더 이상 반달곰 개체 수를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조사에서 반달가슴곰이 등산로 반경 20m까지 접근해 머문 비율은 0.8%, 200m는 9.8%, 500m 이상 떨어져 활동한 건 89%로 등산로에서 곰과 마주칠 확률은 1%가 채 안 된다. 다만 곰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곰과 인간의 안전한 공존을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곰이 구애 활동을 시작하는 5월까지 위치 추적 등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