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에서 만난 설악산 특수산악구조대 대원들은 봄철 탐방로 개방을 앞두고 강도 높은 구조 훈련 중이었다. 왼쪽부터 양지석·장기수·김종식·김택찬 대원, 손경완 대장, 나진영·염원종·윤태종 대원. /고운호 기자

설악(雪嶽)은 산마루에 오래도록 눈이 덮이고, 암석이 눈같이 희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해발고도가 높으며, 암석이 설경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답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간 설악산 방문객은 약 210만명. 그러나 입산의 낭만이 하산의 절망으로 바뀌는 이들도 있다. 작년 한 해 설악산에선 사흘에 한 명꼴로 조난객 구조가 이뤄졌다. 암벽을 오르다 미끄러지거나, 안개에 갇혀 길을 잃거나, 발을 헛디뎌 다쳐 고립된 조난객들을 구한 건 ‘설악산 특수산악구조대’다.

최근 강원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만난 구조대원들은 “드넓은 설악산 전체를 8명의 구조대원이 지킨다는 것은 긍지도, 부담도 큰 일”이라고 했다. 국립공원공단 소속인 설악산 특수산악구조대는 재작년 12월 출범했다. 북한산국립공원에 이어 두 번째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립공원 내 사망 사고는 설악산(22명)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북한산(18명)이었다. 산세가 험한 설악산에 암·빙벽 등반이 가능한 특수산악구조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설악산 구조대가 특별한 것은 대원 대부분이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이들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산이 좋아서 구조대원에 도전해 업(業)을 바꾼 사람들이라 산악 구조에 대한 열정이 높다”고 대원들은 말했다.

손경완(55) 구조대장은 사진사였다. “산 찍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산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암·빙벽 등반 자격증을 따고 취미 활동으로 하다가 아예 전직을 했다. 2019년 북한산국립공원 내 산악안전교육원 교관으로 일하던 그는 설악산에 특수산악구조대가 생기면서 대장을 맡게 됐다. 장기수(54) 대원은 은행원, 김종식(47) 대원은 컴퓨터 수리기사, 나진영(33) 대원은 간호사 출신이다. 막내 윤태종(26) 대원은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가 마지막 이력이다.

구조대원들은 “조난 사고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정규 탐방로가 아닌 비정규 탐방로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간 구조대 출신인 염원종(43)·김택찬(43) 대원은 “소셜미디어에 탐방로를 벗어난 불법 산행을 멋인 양 과시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런 게시물을 접한 사람 중 일부가 그 경로가 정규 탐방로인 줄 알고 잘못 들어갔다가 고립되는 사고가 많다”고 했다. 구조대 경력이 있는 양지석(28) 대원은 “비정규 탐방로는 통신이 터지지 않는 음영 지역이 대부분이라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 요청이 어렵고, 구조대가 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단순 사고도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설악산은 고도 자체가 높은 데다 암·빙벽 등반이 가능한 곳이 각각 22곳과 7곳으로 다양해 등반객도 많고 사고도 많다. 계절별·상황별로 구조 여건이 달라서 대원들은 매달 두 번 자체 훈련을, 분기별로는 다른 기관과 합동 구조 훈련을 가진다. 나 대원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 구조가 가능하도록 훈련은 혹독하게 진행된다. 훈련마다 개별 평가 성적표도 받는다”고 했다.

다만 근무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주·야간조로 8명이 교대 근무를 선다. 따로 대기할 공간이 없어 과거에 매표소로 사용하던 43㎡(약 13평)짜리 건물 지하에 머물고 있다. 공간이 습해 장비 관리가 어려워 장비들은 별도 컨테이너를 만들어 보관 중이다. 8명 중 강원도 출신인 3명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지만, 5명은 사무소 관사에서 살고 있다. 윤 대원은 “주 5일 근무지만 겨울철 등산 비수기에는 한 달에 두 번, 성수기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가고 있다”며 “구조대는 명절이나 연휴에 일도 많아지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정반대로 생활한다”고 했다.

국립공원 탐방로가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시작하는 건 늦봄인 5월부터다. 이때쯤 얼음이 대부분 녹는다. 대원들은 3월부터 긴장 속에 훈련 강도를 높인다. 김종식 대원은 “해빙기가 지난 후에도 고도가 높은 산은 급격한 기온 변화가 오기 때문에 등산객들은 코스, 기상, 비상 연락처 등을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산에 올라야 안전하다”고 했다. 장 대원은 “단독 산행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꼭 두 명 이상 함께 산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장은 “정상을 정복하는 것만이 산을 오르는 기쁨의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산을 즐긴다면 그만큼 불행한 사고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