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3일(현지 시각)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한 대한항공 631편이 부서진 채 멈춰 있다. /뉴스1·트위터

2022년 10월 23일 밤(현지 시각)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해 파손됐던 인천발 대한항공 631편의 최종 사고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2차 접근 당시 조종사가 조종간을 앞으로 민 것과, 때마침 이때 강한 바람이 분 것”을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 결과 “비행기가 빠르게 하강하며 오른쪽 랜딩 기어(착륙 바퀴)가 지면과 부딪쳐 부서졌고, 이로인해 유압 장치 등이 고장나며 활주로 이탈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6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위원회(사조위)에 따르면 필리핀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는 이런 내용이 담긴 최종 사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최근 우리 사조위 측에 제공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막탄 공항에는 강한 비가 내리는 등 기상이 좋지 않았다. 착륙 조종은 기장이 맡고 있었다. 1차 접근 당시 조종사들은 강한 비 때문에 활주로가 잘 안 보여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고도를 높이는 복행(go-around) 절차에 들어갔다.

2차 접근 때는 활주로 근처에 접근했을 때 정상 접근 경로보다 고도가 높았다. 기장은 이를 보정하기 위해 여러 차례 조종간을 앞으로 밀었다. 그러나 지상에서 216피트(약 61m) 높이에 있을 때도 정상 경로보다 여전히 위에 있었다. 이후 기장이 조종간을 1초간 추가로 더 밀자 항공기는 그제야 정상 경로 아래로 내려왔다. 76피트(23m) 높이에서 기장은 다시 조종간을 앞으로 밀었는데, 이 직후 항공기에서 하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경고가 울렸다.

보고서는 “기장이 고도 180피트에서 지상에 접촉할 때까지 항공기의 하강률을 줄이기 위해 최소 3번의 시도를 했지만, 항공기는 계속 빠르게 내려갔다”며 “때마침 위와 뒤에서 바람이 불며 항공기를 더 아래로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고 했다.

결국 오른쪽 착륙 바퀴가 활주로 끝단 15cm 높이로 돌출돼 있는 시멘트와 부딪치며 파손됐다. 보고서는 활주로 끝단에 돌출된 부분이 있는 것 자체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3차 착륙 시도는 오른쪽 착륙 바퀴가 내려오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4차 시도에서 조종사들은 ‘메이데이’를 선언하고 비상착륙했지만 결국 활주로를 235m 벗어났다. 2차 시도에서 착륙 바퀴가 파손되며 바퀴 브레이크와 에어 브레이크(spoiler), 역추진 장치(reverser) 등 유압과 관련된 장치들이 대부분 고장난 결과였다.

보고서는 “FCTM(에어버스 매뉴얼)은 ‘낮은 고도에서 지나치게 급하게 내려가는 기동은 피해야 한다’고, ‘최종 접근 중 지상 참조물이 잘 안 보이면 곧바로 복행을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적었다. ‘사고기의 접근이 불안정했고, 복행은 늦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 복행이 1초만 더 빨랐다면 지면과 접촉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에어버스 매뉴얼은 기체가 상승이 안정화 됐을 때만 보조 양력장치인 플랩(flap)을 1단계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사고기는 이미 (상승 전) 지상에 있을 때 플랩이 1단계로 올라갔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제대로 상승하지 못하고 항공기가 지면과 충돌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의 정확한 상황에 대해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려우며, 필리핀 사조위 측으로부터 자세한 데이터를 받아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