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정부를 상대로 5000억원대 투자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으로 17일 알려졌다. 건설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K에코플랜트는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이달 내 5000억원 규모 투자비 증가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 제기는 SK에코플랜트 측이 세운 건설 사업 시행사 스마트레일이 맡고, 소송액은 일부 금액을 먼저 청구한 이후 높인다는 계획이다.

건설사가 정부를 상대로 이 같은 큰 금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건 부전~마산 복선전철 철도 사업 지연 손해 때문이다. 부산·울산·경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이 사업은 부산 부전역과 경남 김해 신월역을 잇는 총길이 32.7㎞ 철도 신설 공사다.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공사를 따내 2020년 6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0년 3월 공정률 97%를 넘긴 상황에서 낙동강~사상역 구간 터널 붕괴 사고가 터졌다. 당시 붕괴된 터널 길이가 400m에 달했고, 이로 인해 지반이 함몰돼 깊이 20m 규모의 싱크홀(땅 꺼짐)이 생긴 대형 사고였다. 이후 사고 복구, 일부 설계 변경 등이 이뤄지며 공사가 지연됐고 아직도 개통되지 않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SK에코플랜트 측은 복구 공사와 5년간 지연 이자로 9000억원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소송에 나선 건 공사비 청구 관련 소멸 시효가 이달까지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터널 붕괴는 지반 침하 등에 따른 것으로 불가항력에 해당하며, 정부가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맺은 실시협약서에는 “재해 등에 따른 비정치적 불가항력 사유의 경우 주무 관청은 실제 발생 비용의 80%를 사업 시행사에 보상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당시 사고가 불가항력에 해당하지 않으며, SK에코플랜트 측에 귀책 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사 중 발생한 붕괴는 불가항력일 수 없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업체 측 의견을 방어할 논거는 마련돼 있다”고 했다.

법정 다툼의 핵심은 당시 사고 원인이 불가항력인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판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사고조사보고서는 스마트레일이 국토부와 협의 뒤 한국지반공학회, 대한토목학회에 용역을 맡겨 2차례 작성됐다. 정부는 당시 사망자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고, 20여 명의 조사단을 꾸려 진행된 용역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겼다. 두 차례의 사고조사보고서는 소송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SK에코플랜트 측은 조사보고서가 사고 원인을 불가항력으로 봤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당시 사고로 비용 상승, 책임 소재 다툼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사고조사위를 꾸리지 않았던 게 소송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