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안계면 안정리 일대에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지고 있다./연합뉴스

25일 태풍급 강풍이 몰아치며 불씨가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비화(飛火)’로 인해 영남 산불이 확산했다. 26일과 27일에도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거센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우리나라 북쪽과 남쪽에 각각 자리한 저기압과 고기압 사이로 비좁은 ‘바람길’이 생기며 태풍 수준의 강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25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특보가 발효됐고, 순간 최대 풍속 초속 20~30m의 바람이 불었다. 태풍의 기준이 되는 바람이 ‘초속 17m 이상’인데 이보다 강한 바람이 봄에 분 것이다. 이날 충남 천안과 충북 충주에선 각각 초속 21.4m, 19.4m의 바람이 불며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역대 3월 최대 풍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북 정읍도 초속 19.3m의 강풍이 불며 2022년 기록을 경신했다.

강풍특보는 25일 밤 대부분 해제됐으나, 경북 산지를 중심으로 26일 새벽까지 초속 20m 내외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강한 바람 탓에 산불이 크게 난 영남은 26일에도 산불이 사방으로 확산할 우려가 크다. 바람은 풍향에 따른 ‘주풍’과 지형에 따른 ‘국지풍’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풍은 서풍(西風)이다. 이 바람이 소백산맥을 포함한 백두대간을 타고 넘으며 고온 건조해져 영남을 비롯한 우리나라 동쪽을 메마르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바람은 산지와 부딪치며 ‘국지풍’도 일으킨다. 국지풍은 따로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사방으로 퍼진다. 25일 경북 의성에서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북쪽으로 바뀌며 불씨가 안동·청송까지 올라간 것도 국지풍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에도 건조도를 높이는 서풍과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국지풍이 함께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분지와 산맥 사이로 난 바람길에 더해, 강풍으로 인해 불씨가 산에서 산으로 껑충껑충 옮겨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불똥이 상승 기류와 강풍을 만나면 최대 2㎞ 정도 날아갈 수 있다.

비구름대가 남쪽에서 들어오는 27일에도 간판이 흔들릴 정도인 순간풍속 초속 15m 내외의 강한 바람이 전역에 불겠다. 이때는 주풍이 남서풍으로 바뀌면서 남해안으로 들어온 기압골이 북동진하며 바람 또한 북쪽을 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8~30일에는 북쪽에서 찬 바람이 내려오며 바람의 방향이 다시 남쪽으로 변할 전망이다. 풍향이 수시로 바뀌며 불씨가 사방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강풍에 날아온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있다./연합뉴스